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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ion for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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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입을까'에 대한 고민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심결에 사용하는 '의식주'라는 단어의 글자 순서에는 먹는 것보다 자는 것보다 입는 것이 인간에게 더 중요하다는 통찰이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읽은 책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우리가 먹은 음식이 우리의 건강상태를 만들 듯이, 우리의 스타일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이유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어떻게 입을 것인가에 늘 신경을 써왔다. 지금도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서 내일 할 일을 계획할 때에 어떤 옷이 내일 할 일에 더 어울릴까를 함께 생각한다. 모든 하루의 계획은 어떻게 입을 것인가가 포함되어야 완벽해진다고 여기고 있나 보다.


그래서인지 내 인생의 중요한 날들은 그날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던가로 구별되어서 사진처럼 기억되곤 한다. 어릴 때의 가족여행, 고등학교 졸업식, 첫 직장이던 제일기획에 출근하던 첫 날, 아버지가 환갑을 맞으시던 날의 식사자리, 아들을 낳기 위해 병원으로 가던 날, 개성공단에서 열린 회담에 법무부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북한으로 가는 버스에 타던 순간….


'어떤 옷을 입을까'는 중요한 생각거리이면서 동시에 즐거운 고민거리이다. 그 고민을 하는 시간 동안 법조인이고 여성이며 검사라는 것은 생각의 기준을 주기도 하고 뒤집게 하기도 하는 좋은 틀이 되어준다. 이 직역에서 요구되는 스타일이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과 맞아서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스타일에 대한 즐거운 고민, 패션에 대한 끝없는 열정은 가족에 대한 사랑, 업무에 있어서의 성취감만큼이나 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서로 어울리는 색과 형태, 무늬와 질감을 발견하는 기쁨은 인생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의 스타일을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 더 세심하게 추구하는 과정, 그것이 곧 나의 인생일 것이다.


 

장소영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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