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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예외는 예외로 그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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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ularia non sunt extendenda. 로마법에서 발전한 법 해석 원칙인 예외 법규 엄격 해석의 원칙이다. 원칙에 대한 예외는 엄격하고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외를 폭넓게 해석하면 원칙이 무너진다. 예외가 원칙을 밀어내고 원칙처럼 행세할 위험도 생긴다. 그래서 예외는 예외다워야 하고 예외로 그쳐야 한다. 법 해석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입법에도 적용되어야 할 명제다. 예외를 넓게 허용해 놓으면 아무리 해석으로 제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원칙을 지키자니 구체적 타당성이 염려되면 예외로 풀어줄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예외여야 한다. 예외 없는 원칙 없다지만, 원칙과 예외가 뒤바뀔 정도라면 법적 안정성과 법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 지금 뜨겁게 논란이 되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대표적이다. 몇 해 전에는 사문화되었다고 헌법에서 삭제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격이다. 예외가 과도하게 많다 보니 원칙과 예외의 혼동이 생긴 것이다. 물론 헌법은 경자유전 원칙을 선언하고 있지만, 임대차와 위탁경영의 예외도 열어두고 있다. 원칙을 뛰어넘는 예외 남용의 법 개정으로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헌법 입법자의 결단이 하위법 입법자에 의해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농지법에도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농지 소유 제한 조항이 있다.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러나 시대 변화를 이유로 농지 이용 규제는 조금씩 완화되다가 결국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농민이 아닌 사람이 소유한 농지가 절반에 가깝다. 바로 농지법의 수많은 예외 규정 때문이다. 굳이 농사를 짓는다고 입증하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무려 16가지다. 상속 농지, 경사율 높은 농지, 농사를 짓다 포기한 농지 등이 대표적이다. 농지법의 개정역사는 농촌의 개방화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예외 확장의 연속이었다. 성과도 있었지만, 부작용이 컸다. 예상되는 부작용이었지만 입법자도 수혜자여서 그랬는지 예외를 넓히기만 했다. 부작용을 막을 장치도 두지 않았다. 예외 조항으로 가득 찬 누더기 하위법이 상위법의 원칙을 침식한 것이다.

 

소작이 아니라 농지의 소유자가 스스로 경작해야 땀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제도가 경자유전이다. 이제는 폭넓은 예외 때문에 돈이 금으로 변하는 곳이 돼버렸다. 투기의 대상, 앉아서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농작물 생산이 아니라 돈을 생산하는 투전판이 되었다. 고령화나 노동력 부족으로 노는 농지도 있지만, 느슨해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부정하게 발급받아 소유하다가 아파트가 들어서기만 기다리는 농지도 많다.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다년생식물을 심어놓은 농지, 껍데기는 농업법인이지만 실은 기획부동산업자가 소유한 농지, 주말 체험농장용 농지 등. 농지법이 편법과 반칙이 횡행하도록 판을 깔아준 셈이다. LH 사태에서 보듯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지키며 사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분노가 보궐선거에서 표심으로 표출되었는지도 모른다. 뒷북치듯 정부는 농지 특사경·농지대장 도입, 농지관리위원회도 두고 단속·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지만, 우선 필요한 것은 경자유전 원칙의 확립이다. 국회는 헌법정신에 반하는 농지 소유 예외 제도를 정비해서 농지법의 원모습을 되살려야 한다. 그래야 헌법과의 통일성과 정합성이 유지되는 하위법이 될 수 있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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