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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재판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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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기간 법원에 불출석하여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집행한 적이 있다. 공판검사는 피고인의 거처와 사용하는 연락처를 확인하고, 재판부에 구속영장 집행을 위한 실시간 위치 추적용 '통신사실자료제공요청'을 사실조회 형식으로 신청하였으나, 재판부가 사실조회 촉탁을 검토하는 사이 피고인이 기존 장소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먼저 검찰수사관들을 현장으로 보냈고, 다행히도 그곳에 머물던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집행할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피의자, 피고인들에 대한 인권보호 조치로 불구속 재판이 확대되었고 실형 선고 때에도 법정구속을 자제하라는 취지로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처리 예규가 개정되어, 재판 진행 중 피고인의 잠적이 예전에 비해 빈번해지면서 재판의 신속한 종결이 곤란한 상황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념인 '신속한 재판의 원칙'의 수혜자는 피의자, 피고인이어서 그들이 신속한 재판을 받고 싶어 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공시송달 방식으로 진행되는 궐석재판제도를 이용한 재판 종결이 있으나, 상당수의 중대범죄(법정형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형) 사건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23조 단서에 의하여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결국 피고인이 잠적한 많은 중대범죄 사건은 피고인의 자진출석 내지 발부된 구속영장의 집행 때까지는 재판이 중단될 수밖에 없어, 범죄피해자들은 형사소송을 통한 간접적 피해회복을 기대하며 하염없이 재판 속행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번 불출석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 사례를 통해 법원, 검찰이 형사재판 중 불출석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고인의 영장 집행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실감했고, 피해자들이 재판 장기화에 따른 고통을 속수무책으로 겪고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앞으로 사력구제 대신 국가형벌권에 기댈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도 '신선할수록 향기로운 사법(司法)'을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가 모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진희 부장검사 (고양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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