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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세상에 뿌려진 초임부장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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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건강하게 지내셨길 기원합니다. 5년차 부장으로서 초임 부장님들께 제 초임부장 시절 경험을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4년 전 순천지원으로 발령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그다지 자신이 없어 형사단독을 지원하였으나 불희망한 민사합의부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이번에는 불희망한 형사단독을 하게 되었네요.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고, 하여야 할 사무분담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나 봅니다. 

 

민사합의부장을 하기 주저한 이유 중 하나는 과거 1년간 배석을 한 것이 민사합의 경험의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열정이 넘쳤던 부장님으로부터 스파르타식으로 가열차게 업무를 배웠고, 연이은 신건메모 및 판결문 작성으로 페르시아 군과 싸우는 스파르타 병사 마냥 정말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맡게 된 합의재판장은 역시 힘겨웠고 10여 년 만에 보는 민사합의부 기록들은 강산의 변화와 법리의 발전으로 어려웠습니다. 여기에 지역특색을 반영한 해양오염 사건, 섬진강 양안(兩岸) 어촌계 분쟁 등까지 더하여 사건의 복잡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재판장으로 몇 차례 기일을 진행하고 구성원 판사님들이 작성한 두터운 판결문을 수정하면서 부장님의 조언들, 즉 "문장은 주어와 술어가 정확히 호응해야 하고, 각 문장의 주어는 원고든 피고든 통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판결문은 당사자들과 상급심이 그 자체로 사건의 핵심 및 결론을 파악할 수 있도록 딱 떨어지게 써야 합니다"는 말씀이 문득 기억나 업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당시 원고와 피고를 판결 이유에서 한 차례 잘못 기재하여 경정을 하게 되자 '예전에는 경정을 세 번 하면 판사직을 사직하라는 말도 있었습니다'는 가르침은 아직도 제가 지키지 못한지라 몇 차례 경정을 하더라도 배석판사님들께 말씀은 못 드렸네요. 더욱이 판결의 최종 책임자는 부장이구요.

 

올해도 여러분들이 부장으로 발령받고 일부는 합의부장을 하게 되셨는데, 부장님들의 지난 경험과 수고, 선배법관들의 조언이 밑거름이 되어 침침한 눈과 가늘어지는 머리카락에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좋은 재판'을 하시길 응원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좋은 재판'이란 무엇일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창모 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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