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영화 인셉션과 서면

168837.jpg

영화 '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꿈과 기억, 생각에 관한 영화이다. 처음에는 타인의 생각을 훔치다가 나중에는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심고 기억을 조작하려는 내용이다. 30년 가까이 한 일이 서면 읽고, 증거 살피고, 생각 정리하고, 판결서 작성하는 일이었던지라, 영화 '인셉션'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서면 잘 쓰는 방법에 관한 거구나 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로 근무할 때 실무수습을 온 사법연수생들에게 영장재판에 관하여 1시간 30분가량 설명할 기회가 주어졌다. 범죄사실의 소명과 도망 및 증거 인멸의 염려와 같은 인신영장의 요건과 심문절차에 관하여 1시간 넘게 이야기하는 게 약간 지루할 것으로 생각되었고, 더구나 구체적 사건을 너무 자세하게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나름 고민을 하면서 영장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별 관심이 없는 얼굴들이었다. 그때 말했던 게 영화 '인셉션'에 관한 생각이었다. 영화의 아이디어를 잘 차용하면 기똥차게 서면을 쓸 수 있을 거라고 했더니 전부 눈을 반짝거렸다. "기억과 생각을 심듯, 글을 읽는 사람이 마치 본인이 직접 쓴 것처럼 여기게끔 서면을 작성하라." 그날 강의의 요점이다. 구체적으로는 "그 판사가 쓴 판결을 구할 수 있다면 구해서 읽어보고, 논리전개방식, 좋아하는 단어, 단문 위주/장문 위주, 애용하는 접두사 등을 파악하라. 글 형식은 그 판사 스타일로 하되 내용에 말하고자 하는 걸 집어넣으면, 판사는 마치 본인이 쓴 것처럼 느낄 것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판사로 근무할 때 대리인이 낸 참고 판결을 읽다 보니 상당히 잘 썼고 수월하게 읽히면서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러다가 말미에서 내 이름을 발견하고는, '응?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했던 때가 있었는데, 서면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도록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판결문 등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시간과 열정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할 텐데, 말로 하기는 쉬워도 과연 가능할까? 혹시 AI는 가능할까?

 

 

이동근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해광)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