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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경력 재검토해야

2011년 개정된 법원조직법은 일정 연수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법조인만 신규 판사로 임용하는 경력법관제를 채택했다. 1993년부터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시작된 법조일원화 도입 논의가 18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법원은 2013년부터 법조경력 3년 이상, 2018년부터 올해까지는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임용하였고, 2022년부터는 7년 이상,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임용할 예정이다.

 

점차 법조일원화 제도가 정착돼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법원은 지금 큰 고민에 빠져있다. 판사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경력이 높아짐에 따라 법관 지원율이 낮아지고 있어 충분한 수의 판사를 임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 달 법조일원화 제도를 다룬 '판사 임용을 위한 적정 법조재직연수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 보고서는 앞으로의 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본보 2021년 3월 18일자 2면 참고). 판사 임용에 필요한 최소 법조경력이 10년에 이르게 되면 우수 인력의 법관 지원율이 훨씬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실시된 법조일원화 제도의 통계자료와 재야 법조계 상황에 대한 인터뷰 등의 실증적 자료를 분석해 보면, 법조경력 10년에 이른 법조인들이 법관직에 지원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보면 수긍할 만한 결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사법개혁 논의로 시작된 법조일원화 제도가 처음부터 법조경력 10년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었다. 당초에는 5년, 7년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는데, 2010년 9월 개최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법원소위 제7차 회의가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으로 확정짓게 된 계기였다. 당시 논의에서는 법관이 가져야 하는 경험과 경륜, 판사의 관료화 방지, 전관예우 문제의 해소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정도의 법조경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던 것 같다. 그런데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지닌 충분한 수의 우수한 법조인들이 법관직을 지망할 것인지에 대한 실증적 논의는 없었고, 이들을 법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법원 인사시스템 개편이나 보상체계에 대한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법조일원화 제도를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채택한 선진 외국들도 대체로 5년 내외의 법조경력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10년으로 정한 사례는 오히려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최소 법조경력 10년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제도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기준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

 

법원은 법령해석의 최종권한을 가지고 분쟁을 심판하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곳에 우수한 인력이 모여 있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사법권의 행사도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법원이 우수한 인력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법조, 나아가 국민들 전체의 문제가 된다. 판사 임용에 최소 법조경력을 요구한 것은 법조일원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조일원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지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만큼 제도를 꼼꼼히 검토해 우리 법조 환경에 걸맞으면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