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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만화 살롱을 여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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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만화책을 좋아하셨다. 그 때문이겠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서 만화책을 볼 수 있었고 실제로 내가 한글을 깨친 것도 만화책을 통해서였다. 학교에 입학하고 몇 년 지나서는 만화가게를 들락거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 즐거움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변치 않았다. 대학 때 자주 가던 건물 2층에 자리한 '만화궁전'은 친한 친구들의 아지트였다. "궁전에서 만나자"고 우리들은 암호를 주고받듯이 약속하곤 했다.

 

새로 나온 만화를 찾는 기쁨은 보물찾기와 비슷하다. 만화가게가 아니라 서점으로 보물찾기를 하는 즐거움의 장소는 바뀌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만화와 함께 울고 웃는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 신간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하루치 양식을 얻은 것처럼 넉넉하다. 연재되고 있는 신간이 없을 때는 새로 시작할 만한 만화가 뭐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비닐커버 안을 꿰뚫어볼 듯이 신중하게. 그렇게 선택한 새 만화책과 함께 돌아오는 길의 기대감이란 얼마나 아날로그적인지 모른다.

 

나의 꿈은 죽을 때까지 만화와 함께 하면서 그 속에서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늙어가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만화가게란 존재하기가 쉽지 않고, 만화만을 보기보다는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차나 와인을 마시는 기쁨까지 공유하고 싶기에 법조인 만화살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지가 오래 되었다.

 

봄이 오면 창문을 활짝 열고, 여름이면 빗소리를 들으면서, 가을에는 가을에 맞는 음악 속에서, 겨울에는 가습기를 잔뜩 틀고서 각자 고른 차와 와인을 마시면서 고민상담도 하고 만화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

 

이런 공간을 열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회원제 운영이라는 명목으로 동호회원들을 등치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지도 모른다. 법원 시보 시절의 부장님, 지방 지검에서 같이 근무한 선배, 같은 과에서 일한 계장님. 회원 가입을 약속한 이 세 분처럼 앞으로도 회원 예약이 늘어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법조인 만화살롱이라는 꿈을 계속 꾼다.

 

 

장소영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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