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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국민 세금은 공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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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5일 "법원이 형사재판을 받은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근거인 형사소송법 제186조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처음으로 내렸다<본보 2021년 3월 8일자 6면 참고>.

 

참 생소한 조항이다. 법조기자, 특히 법원을 담당하는 기자는 업무 특성상 하루에도 여러 건의 판결문을 살펴본다. 그런데 민사소송 판결문 주문에서 '소송비용은 원고(또는 피고)가 부담한다' 혹은 '소송비용 중 2분의 1은 원고가, 나머지 2분의 1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내용은 수없이 봐왔지만, 형사소송 판결문 주문에 '소송비용은 피고인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부기된 것을 본 기억은 아무리 되짚어봐도 없다.

 

헌재 결정의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 취재차 전화 한 판사에게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형사사건 판결을 내리면서 (저 역시)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적은 없습니다. 정말 예외적인 사건에서 이례적인 경우에만 쓰이는 규정이죠. 실제 재판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조항은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으로 소송비용을 납부할 수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원칙이 예외가 되고, 예외가 원칙이 됐다.

 

"현실적으로 형사소송비용을 피고인이 부담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고, 사실상 사문화됐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누가봐도 명백히 악의적인 경우에는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헌재 결정을 본 한 판사 출신 변호사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유죄가 명백한데도 불필요한 증인신문이나 감정 등을 신청해 악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등 방어권을 남용하는 피고인에게는 형소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형사소송비용을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 대검찰청은 2015년 8월 악의적인 재판지연 등으로 낭비된 소송비용을 피고인이 부담하도록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었다. 그때의 지침이 지금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볼 때다. 재판 등 사법시스템을 운영하는 국민의 세금은 공짜가 아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