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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억울한 진실을 호소할 수 있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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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가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사실을 적시하려고 할 때 변호사로서 처음 해줄 조언은 "사실대로 언급해도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따라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런 예외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점과 '오로지'라는 문언 때문에 공공의 이익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라도 사실을 적시한 결과 가해자의 명예가 훼손되면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만 예외적으로 무죄 판단을 받는다. 피해자는 이러한 고소가능성을 두려워해 자신의 억울함조차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실제 "피해자가 블로그나 SNS에 억울한 사연을 올렸더니,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고 하였다"고 하면서 법률상담을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 심지어 가해자가 피해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여 피해자와 손해배상 없이 쌍방 합의를 한 경우도 보았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사실(억울한 사정)을 말했는데, 원칙적 처벌, 예외적 무죄'라는 결론은 선뜻 납득되지 않을 수 있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예외를 넓게 해석하여 불합리한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요건은 문언해석상 넓게 해석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억울한 진실을 호소할 자유를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열거적 사유에 한정하여 예외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유엔은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규정의 폐지를 권고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정보통신망을 통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하여 7대2로 합헌결정을 내린 것(2013헌바105)과 달리, 이번에는 재판관 5명의 합헌의견과 4명의 일부위헌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는데(2017헌마1113), 이는 명예훼손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합헌의견이 "오늘날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일응 수긍이 가나, 이는 오히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입법적 필요성으로 볼 수 있다. 또 합헌의견은 "타인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손해배상청구 또는 형사고소와 같은 민·형사상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가해자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였는데,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준 가해자를 그토록 두텁게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과거 학교폭력 사건처럼 소멸시효나 공소시효가 경과한 경우 피해자에게는 억울함을 호소할 법적 수단조차 없을 수 있다. 다만 합헌의견과 일부위헌의견 모두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 성적 지향, 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내용을 적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였는데, 이는 향후 명예훼손죄에 관한 형법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때에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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