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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선택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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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입니다. 청소년의 경우에도 연령에 따라 제한이 있지만, 행위에 따른 일정한 책임을 집니다. 형법 제9조는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형사미성년자의 책임능력을 제한합니다. 14세 미만 청소년의 중대한 법익침해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필요성을 거론하며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자신이 한 행위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유로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것인가 입니다. 대체로 자유롭게 어떤 행위를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점심 때 뭘 먹을까' 고민하기는 하지만 메뉴의 선택은 자유로운 결정이지요.

 

불가피한 선택도 있습니다. 학생은 놀고 싶어도 공부를 하고, 직장인은 쉬고 싶어도 일을 합니다. 싫다고 다른 선택을 하기는 어려우니, 선택의 자유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겠지요.

 

곤란한 선택의 순간도 있습니다. 이기적인 선택과 이타적인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 때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선택의 경우에도 쉽지 않은 문제인데, 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면 그 선택은 더 어려울 것입니다.

 

강요된 선택도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선택한 행위이지만, 그 이면에는 심리·정신·문화·경제·호르몬 등 다양한 이유로 마음과 다른 선택이 이루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선택한 행위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더욱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이라면, 그 행위에 따른 책임은 가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형법은 '형사미성년자·심신장애인·강요된 행위·정당행위·정당방위·긴급피난' 등의 규정을 통해 선택한 행위의 책임(처벌)을 일정한 경우 제한하거나 면제합니다. 그러나 개별 사건을 판단할 때 다양한 배경에서 이루어진 행위의 선택을 모두 규율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각 사람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판단해야 하는지는, 보이지 않지만 법대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는 말할 수 없는 고민입니다.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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