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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돌아온 엥겔스의 휴지기와 변호사의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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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말에 이루어진 대한변호사협회장·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는 모두 직역수호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이에 대해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야할 직역단체로서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한편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인데, 변호사단체가 이익 지키기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현대국가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결정의 경우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령이 사법적 통제에 의해 준수되면 공정상태가 유지된다고 전제한다. 원칙적으로 재화·용역 가치결정에 개입하는 정치행동, 담합 등은 금지된다. 과거에는 노동가치와 재화·용역의 가치를 동일한 성질의 것으로 보았고, 노동 가치결정에 개입하는 정치행동이나 노동조합의 노동가격 담합 등은 금지되었다. 그 결과 당시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영국 근로자의 처우는 심하면 6세 무렵부터 평균수명인 30세 무렵까지 혹사당하다가 병들면 버려지는 것이었다. 노동가치 결정을 '시장원리'에 맡긴 세계 최강대국의 국민보다, 산업화되지 않은 국가의 노예의 평균수명이 더 길었다. 이후 현대 국가들은 "노동은 재화·용역 같은 상품이 아니다"는 구호하에, 노동관계법·노동조합·직역단체·노동정책 등의 복합적 요소가 작용하여야만 노동가치의 공정상태가 유지된다고 보고, 노동가치 관련 정치활동·노동가격 담합 등을 허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가치 결정과정의 정치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직역단체의 정치적 활동이 공공성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거나, 변호사의 공익적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일방 당사자만을 편면적으로 옹호하고 보수를 받지만, 이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설정된 장치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소속 지역구의 이익을 중심으로 정책을 탐색하지만, 이 역시 인구에 비례하여 각 지역에 적정한 자원과 관심이 주어질 수 있도록 설정된 장치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직역단체는 주로 소속 회원들의 권익을 옹호하지만, 이 역시 공정한 노동가치의 설정을 위해 국가가 예정한 제도적 기능의 분담이 적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변호사에게 상대방 당사자의 입장을 중립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하거나, 국회의원에게 모든 지역구의 이익을 중립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하거나, 직역단체에게 중립적 감독자의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공공성의 극대화를 위해 사회가 각 직역의 역할을 구분하여둔 체계와 맞지 않는다. 소송에서는 법관의 판단이 사법적 '정의'로서 의제된다. 그러나 노동가치의 설정에 관한 정치적 영역에서는 법관과 같은 특정기관이 설정하는 객관적·중립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해당사자간의 정치적·정책적 다툼을 통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공정한 지점을 탐색하게 된다. 그렇다고 직역단체가 소속 회원들에게 이익이 되기만 하면 어떠한 주장이든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직역단체를 위한 정책은 사회 전체의 공리와 회원들의 이익 증진이라는 교집합에서 탐색되어야 하며, 항상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공정성을 추구해야 한다.

 

2021년 현재, 새로운 사회문제 중 하나는 '돌아온 엥겔스의 휴지기'에서 비롯된 노동가치의 저하 문제이다. 산업혁명 초기인 1790년대부터 1830년대는 '엥겔스의 휴지기(休止期, Engels' Pause)'로 불린다. 이는 노동 생산성이 증가했음에도 도리어 실질 임금은 정체·저하된 기간이다. 결국 노동법의 강화와 노동조합의 형성 등으로 인한 근로자집단의 협상력 상승으로 엥겔스의 휴지기는 1840년대에 종결되기 시작했다. 이후 노동법과 노동조합이 발전하고 확대되면서 엥겔스의 휴지기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1979년 이후 미국 근로자 임금의 증가속도가 노동 생산성의 증가속도의 8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하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점진적으로 실업자가 증가하고 노동소득의 비중은 저하되었다. 2021년 현재 사회가 '돌아온 엥겔스의 휴지기' 에 위치한다는 사실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김기원, '근로한계기간 설정을 위한 교력한계노동 인식체계로의 전환 및 연금법 개정의 필요성 - 기술적 실업, 엥겔스의 휴지기, 노동법의 제3기능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 사회법연구 제40호, 2020).

 

우리나라에는 비정규직의 증가, 취업난, 고령빈곤, 세계 최저의 출산율, 혼인 포기, 수십만에 달하는 고시생과 취업준비생, 극심한 양극화, 상대적 저임금 등의 문제가 만연하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력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감소하여 발생하는 '기술적 실업'은 기우가 아니라 현실임이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노동 가치의 결정을 시장에 방임한 결과 '노동 생산성이 높을수록 실업이 늘고 구직자가 많아져 노동가치는 감소하는' 역설적 현상에 의해 기술 발전 - 생산성 향상 - 일자리 감소 - 구직경쟁 증가 - 노동가치 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부유한 부모를 만나거나, 우수한 재능을 갖지 못한 상당수의 사회구성원들은 취직, 승진, 결혼, 출산, 내집마련 같이 기본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조차 수행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사회의 생산력이 과거보다 저하되었기 때문이 아니며, 젊은이들의 노력 부족 탓도 아니다. 정치적인 노동의 가치 상향에 사회가 무관심해온 결과 이루어진 노동 가치 하향평준화에 의한 제도적인 문제이다.

 

아무리 절대적 생산성이 증가해도, 정치적으로 노동의 영역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노동의 가치는 연쇄적·경향적으로 하락한다는 사실이 엥겔스의 휴지기를 통해 드러났다. 2021년, 변호사들이 나서 목소리를 내고 국민들과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의 하나는 노동가치의 경향적 하락의 문제이다. 기술이 발전하여 노동생산성이 증가했는데도 일자리가 줄고 임금이 하락한다는 역설과 모순을 뛰어넘어, '특정 노동 종사자가 받아야 마땅한' 당위적인 처우를 하도록 사회를 개선해나가는 일이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며, 노동가치는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당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변호사 수의 급증, 정보화기술을 통한 법률사무 생산성의 상승은 변호사의 노동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은 변호사의 처우를 하향하고 있으며 "그래도 지원자가 있으니 수요와 공급 원리에 맞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박사학위자나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수학한 사람의 수는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교수를 선발할 때에는 '우수한 박사'의 선발을 염두하며, 5급 공채나 대졸사원을 선발할 때에는 '우수한 대졸자'의 선발을 기준으로 하여 적정한 처우와 높은 경쟁률을 기대하고 있다. 변호사의 노동가치만을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하에 평가절하 하는 관점에는 논리도 일관성도 없다.

 

변호사는 법령이 국회가 의도한 대로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해석되고 작동하도록 하여 사회구성원간의 상호 준법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업무를 한다. 변호사의 업무는 분쟁과 관련된 의사결정과 관련된 고도의 사고능력과 법률지식을 요구한다. 변호사는 교수나 연구자와도 마찬가지로 기량의 차이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큰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사회에서 가장 뛰어난 논리력과 법적 논쟁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분쟁을 논의하여 해결토록 해야, 사회의 분쟁이 정의롭고 공정하게 해결된다는 신뢰를 사회에 형성할 수 있다. 변호사의 노동 가치는 법치주의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사용되는 비용이다. 변호사는 당위적으로 높은 대우가 주어져서 사회 인재가 유인되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직업군이다. 변호사가 불합리하게 많은 경제적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그 사회의 분쟁이 우수한 인재들에 의해 공정하게 처리된다는 신뢰를 구축할 정도, 상당한 수준의 인재를 유인할 수 있을 정도의 처우는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사회 전체의 공리와 회원들의 이익 증진간의 교집합'으로서 추구되어야 할 목표지점이다.

 

그렇기에 변호사단체장 선거에서 보여진 '직역수호'의 구호는 '공익을 추구해야 할 변호사들이 이익집단화 되었다'는 일면적 평가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단체는 노동가치 결정에 관여하는 직역단체로서 돌아온 엥겔스의 휴지기에서 발생하는 노동가치 평가절하의 문제를 바탕으로 적정한 처우를 주장해야 한다. 거시적으로 볼 때 모든 노동자의 처우는 연대되어 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도로 변호사의 노동 가치를 상향하자는 주장은 다른 직역 노동 가치의 상향에도 이바지 할 것이다. 변호사들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직으로서, 돌아온 엥겔스의 휴지기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잡다단하고 정교한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기원 변호사 (서울변회 법제이사·법무법인 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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