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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장인(匠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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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자기 장인의 예술혼에 대한 글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평생 자신이 빚고 구운 도자기 중 본인이 보기에 적정 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가차 없이 깨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인의 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작품이고 오히려 훌륭한 도자기인데, 장인의 안목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바깥 세상에 내보일 수 없는 작품인 것이다. 자신이 직접 쓴 글은 이상하게 오타 하나 발견하기 어렵기 마련인데, 도자기 장인들께서는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철저히 지켜내는 과정, 자신의 작품과 그러한 작품을 만들어낸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을 가짐으로써 도예가로서 명성과 품위를 지켜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요즘은 눈과 귀를 닫지 않더라도 어디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가치는 다양해지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일도 허다하다. 이렇다 보니 우리는 누구의 삶도 재단할 수 없지만, 반대로 자기 스스로의 삶도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방향성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태에도 '장인'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와 가치는 아직도 변치 않는 것 같다.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욱 빛나 보인다.

 

언뜻 생각하면 법조계에 장인이라는 표현은 다소 어색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장인이란 일반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나 예술가에게 붙는 칭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켜본 법조인들의 모습은 법조계에도 장인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수 있음을 알려준다. 비록 도자기를 깨는 드라마틱한 장면이나, 화려한 결과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같은 자리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나, 더 좋은 해답을 찾기 위한 집념, 그리고 그러한 고심과 집념이 압축된 결과물을 보면 가히 장인이라는 말이 칭해질 수 있는 법조인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다양한 가치의 홍수와 세상의 변화 속에서, 장인의 상(像)은 혼란스러운 법조인의 삶에 흔들림 없는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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