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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변호사시험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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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변호사시험 시행 10주년이 되었다. 올해 실시된 10회 변호사시험의 관리 및 시행상의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변호사시험 시행 10주년을 맞이하여 변호사시험제도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로스쿨 도입의 취지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에게 법학 교육을 제공하여 융합적인 법률전문가로 키워내자는 데에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의 많은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에 대한 부담으로 관심 있는 전문 분야의 법 과목을 선뜻 수강하지 못하고, 수험서를 읽고 대법원 판결의 요지를 암기하는 것이 법학 공부의 전부인 것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변호사시험제도가 전면적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우선 변호사시험의 기록형 시험은 모두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시험은 선택형-사례형-기록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사법시험 1차, 2차, 사법연수원 시험을 순서대로 줄 세운 것이다. 민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선택형-사례형-기록형 문제는 대부분 대법원 판결을 기초로 만들어지고 그 사실관계에서 나타난 법적 쟁점에 적용될 법리를 묻는 것이다. 문제의 형식과 상관없이 그 평가의 본질은 '법적 쟁점을 파악하고 관련 판례의 법리를 적용하여 타당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느냐'로서 사실상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수험생은 이 능력을 확인받기 위해 세 가지 형식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선택형 시험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서술형 시험을 사례형과 기록형으로 나누어 모두 실시하는 것은 과잉이다. 수험생의 답안 서술 능력은 사례형 문제를 통해서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민사기록형 시험의 경우 여러 사건을 결합시켜 지나치게 복잡하고 다양한 쟁점을 포함한 문제를 출제하고 있는데, 실제 변호사가 되어서도 민사기록형에 나오는 복잡한 사건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실무 교육이란 기록형 수업을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을 분석하고 그 결론의 타당성을 논할 수 있는 법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언제든지 판례 검색을 통하여 대법원 판결의 요지를 찾아볼 수 있는데 변호사시험을 위해 그 결론의 타당성에 대한 어떠한 고민도 없이 방대한 양의 대법원 판결의 요지를 암기하는 데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 오히려 반드시 숙지하여야 할 판례의 범위를 한정하고 그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논리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훌륭한 실무 교육이다. 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폐기하겠는가? 법의 해석은 사회 변화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판례의 변경이 이루어졌는지 그 이면의 법리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변호사시험의 형식과 내용의 개선 없이는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준비라는 덫에 걸려 대법원 판결에 담긴 의미를 곱씹으면서 법적 사고력을 기를 여유도, 애초에 로스쿨 도입 취지에서 말한 전문화를 위한 선택 과목을 수강하려는 의욕도 없을 것이다.

 

 

정소민 교수 (한양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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