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설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논의 할 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게 된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산·대형 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이관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발효된 지 1달밖에 안 되는데 그동안 논의되지 않던 새로운 방안을 불쑥 꺼낸 것도 의아하지만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여 사실상 무장해제시키는 내용도 놀랍다. 이는 우리 사회의 권력·부패범죄 수사력을 약화시키고 기존 사법시스템의 균열을 만들어서 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중요한 법안이 제대로 된 사전 연구나 여론 수렴 절차 없이 추진되는 것은 큰 문제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가 따르고 있는 대륙법계에서는 유사사례를 찾을 수 없고 커먼로의 전통을 가진 국가에서 간혹 보이는데, 영국이 1987년 신설한 특별수사청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개개인의 자율을 중요시하여 민간 부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자제하고 국가형벌권을 인정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영국의 기존 수사시스템은 1985년 이전까지는 경찰이 수사, 공소제기, 공소유지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여왔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와 경찰이 수행해오던 수사가 적법절차 위반 및 증거법리 위반 등으로 무죄가 증가하였고, 전국 또는 해외에 걸친 광범위한 사건,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기업 관련 경제사범에 대응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1985년 수사과정에서의 인권보호를 위해 왕립검찰청을 신설하여 검찰제도를 도입했다. 특별수사청 설립은 1983년 사기범죄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3년간의 연구를 거친 결과이다. 즉, 국민의 법감정, 형사사법 전통, 설립 배경, 검찰 제도 등 법제, 추진 과정 등이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국가의 시스템을 바꾸려면 현재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개선 방안이 바람직한지를 면밀하게 연구 분석하는 선행 조사가 필요하다. 그 후 이를 공론화하여 토론회,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사법시스템은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시스템 중에서도 기본이고 사법시스템의 붕괴는 곧바로 국민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범죄 대응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적은 비용으로 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를 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검찰에 대한 여론이 안 좋으니 다른 기관을 신설한다는 식의 단세포적 대처방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의 권한, 소속, 규모를 고민하는데 불과하고 도입 자체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논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지난해 12월 추 장관의 사의로 마무리된 뒤 민주당이 국면 전환을 위해 꺼낸 카드로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한다는 발상은 책상에서나 가능할 뿐이고 검찰제도가 확립된 국가에서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경우는 희귀하다. 그래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지 한 달밖에 안 되었고 공수처는 아직 출범도 못했다. 이 제도들이 안착된 이후에 중대범죄수사청 도입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