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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형법의 최근 개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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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전은 1953년 9월에 제정되어서 시행된 지 70년이 가까워온다. 그 사이 우리 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생각하여 보면, 그 법률이 부분적으로 20차례 정도 개정된 것은 당연하고, 전면적인 개정이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랄 만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마당에 작년 12월에 법률 제17571호로 형법전 전반에 걸친 개정이 행하여졌다. 개정법률은 1년 후인 금년 12월 9일에 시행된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법률이 만들어지는 양상 등에 대하여 관심이 있어서, 민법전의 제정과정에 대하여는 몇 편의 글을 쓴 바도 있다. 이번의 형법 개정에서 대상이 된 것은 규정의 내용이 아니라 용어나 문장 등으로서, 일반 국민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평이화(平易化)를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번 개정의 공식적인 이유에서도 밝히는 대로, 형법은 "많은 형사 관련 특별법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 적용되는 기본법이라는 점에서 형법에 사용되는 용어나 문장은… 다른 법령 문장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2020년 12월 8일자 관보, 25면). 이러한 방향의 준비작업은 민법에서도 있었는데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였다. 나는 형법 전공이 아니지만 '평이화'에는 관심이 있어서 개정된 형법을 살펴보았다. 그 중에 총칙 부분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보기로 한다.

 

우선 이번 개정은 법적인 전문용어를 '한글화'하려는 시도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사실의 착오, 자구행위, 중지범, 누범, 상상적 경합, 자수·자복, '병과(倂科)' 등의 한자어는 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이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어느 분야에나 고유의 전문용어가 있으며, 그것이 외국서 왔다고 해서 시민권을 취득한 지 한참 된 것을 바꾸는 것은 무엇보다 그에 따르는 넓은 의미의 비용 또는 불편함을 생각해서라도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민법에서라면 예를 들어 법률행위를 설권행위(設權行爲)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게 더 나은가?

 

나아가 이번 개정의 목표인 평이화는 적지 않게 달성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를 하나만 보면, '공범과 신분'이라는 표제의 제33조의 개정 전 본문은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전 3조의 규정을 적용한다"(이는 아무래도 일본의 개정 전 형법 제65조 제1항을 이어받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것이 이제는 "신분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로 되었다. 훨씬 알기 쉬워지지 않았는가? 또 예를 들면 일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니한다'를 '않는다'로 바꾸지 아니한 것도 나에게는 좋아 보인다(헌법에도, 민법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아주 없지는 않다. 형의 경중에 관한 제50조 제1항에는 "무기금고와 유기징역은 무기금고를 무거운 것으로 하고"라는 문장이 있다. 여기서는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제대로 되었다고는 할 수 없고, "무기금고와 유기징역 중에는…"이라고 하였어야 했다. 또 가석방의 요건을 정하는 제72조의 제1항은 "징역…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行狀은 '행장'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의견도 분명 나올 듯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그 읽기로 둘 다 나와 있는데, 행장은 "1. 몸가짐과 품행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죽은 사람이 평생 살아온 일을 적은 글. 3. 교도소에서 죄수의 복역 태도에 대하여 매기는 성적"의 셋을 들고, 행상은 그저 "하는 짓이나 태도"라고만 간단히 새기고 있다. 형법 교과서에서는 많은 경우 후자로 읽고 있지만(거기서는 行狀責任도 행상책임이라고 한다), 전자로 하는 경우도 있다. 表見代理를 표현대리가 아니라 표견대리로 읽어야 한다고 일찍부터 주장해 온 나로서는 법률에서의 한자 읽기에 신경이 쓰인다. 법률이나 교과서 또 대법원판결에 쓰였다고 해도 한자 읽기가 달라지거나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양창수 석좌교수 (한양대·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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