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변호사등록, 법대로

167992.jpg

"대한변협이 변호사 개업 신청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했다는거죠."

 

변호사법이 엄격히 정하고 있는 변호사 등록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대한변호사협회가 등록 신청을 수리하지 않는 때에는 등록이 이뤄질 때까지 위자료뿐만 아니라 일실수입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보도<본보 2021년 2월 15일자 1면 참고>를 본 한 변호사의 말이다.

 

헌법재판소 연구부장을 지내 헌법에 밝은 김상환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변호사법 제8조가 규정하고 있는 변호사 등록 거부 사유는 '한정적 열거규정'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를 두고 해야 한다는 헌법상 기본 원칙을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대한변협이 법률에 근거도 없이 전관예우 근절 등을 명목으로 자의적으로 변호사 등록을 거부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재야법조계에는 변호사 등록 심사를 둘러싼 논란이 잦았다. 2015년 대한변협은 '전관예우 근절'을 주장하며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반려해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자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법무부는 "변협이 개업 신고서를 반려했다고 해도 신고 대상이 되는 변호사 개업, 즉 변호사 업무를 적법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변호사 개업 신고는 실질적 요건 없이 형식적 요건만으로 이뤄지므로 신고서가 변협에 도달하면 신고 의무는 완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법무부는 "변협이 형식적 흠결이 없는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아무런 이유 제시 없이, 실체적 사항을 이유로 개업 신고서를 반려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변협은 실질적인 등록심사를 명분으로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거나 지연 수리했다. 변호사법상 등록거부 사유가 없는데도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를 열고 당사자를 출석시켜 소명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국민에게 봉사하는 변호사의 자질을 엄격히 검증하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변협에 자율적인 등록심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법원 판결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 또한 일리가 있다.

 

그러나 명확하지 않은 기준은 언제든 위헌 시비는 물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도구가 될 우려가 있다. 변협은 '법대로' 하라는 이번 판결 취지를 수용, 법개정 추진을 통해 촘촘하고 객관적인 등록심사 판단 기준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