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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행정재판에서의 입증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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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가 여관에 갔다. 문고리가 허술해 불안해서, 갖고 있던 돈 100만 원을 여관주인에게 맡겼다. 다음날 돌려 달라 했더니, 여관주인은 무슨 돈을 맡겼냐 한다. 억울한 A는 보관금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첫 변론기일에 판사가 여관주인에게 "돈을 받았습니까?" 하고 묻자, 여관주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판사는 A에게 돈을 보관시킨 증거가 있냐고 묻는다. A는 말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여관주인이 압니다." 원고패소 판결 선고.

 

2. 화가 난 A는 다시 그 여관에 가서 100만 원을 맡기면서 이번에는 보관증을 받았고, 다음 날 돈 돌려받은 다음, 보관증 첨부하여 소송을 제기했다. 변론기일에 판사가 여관주인에게 돈 받은 게 맞느냐고 물어보고 여관주인은 A에게 돌려줬다고 답할 것이고, A는 받은 적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판사가 여관주인에게 반환증거가 있느냐고 물을 것이고, 이번에는 여관주인이 답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A가 압니다." 원소승소 판결 선고.

 

3. 행정재판 항소심을 하다보면 원고가 1심이 입증책임에 관하여 잘못 판단하였다고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항고소송에서 행정청이 피고로 되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속행위/재량행위, 수익적 행정행위/침익적 행정행위 등을 구별하여 입증책임과 관련짓기보다, 우선 민사처럼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즉, 이행청구 중심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세금부과처분은 행정청이 세금 청구하는 것이니, 그 처분취소소송에서도 세금지급요건을 행정청이 입증하고(97누13894), 공상공무원비해당자결정은 기왕지급된 것을 행정청이 반환요구하는 것이니 그 처분취소소송에서도 행정청이 반환의 요건 입증하고(2011두23375), 요양급여부지급결정취소는 요양급여청구자가 상당인과관계 입증하고(98두4740),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제외처분취소소송도 면허발급 청구자가 요건 입증하는(2005두999) 식으로, 접근하면 나름 쉽게 풀리지 않을까.

 

 

이동근 부장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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