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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증거 발굴에 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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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 사건을 진행하면서 가장 답답한 순간을 묻는다면 그건 의뢰인의 설명에 믿음이 가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할 때이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어서 누군가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한 쪽의 경험, 의견, 바람에 따라 일방적으로 취사 선택된 증거들로 인해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추곤 한다. 이럴 때는 의뢰인과 한 자리에 앉아 몇 시간이고 의뢰인의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함께 뒤져가며 증거를 찾아보곤 한다. 그럴 때면 십여 년 전 박물관에서 토기편을 맞추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필자는 변호사가 되기 전 큐레이터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박물관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박물관에서 했던 여러 경험 중 발굴한 토기를 복원했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차례 대규모 발굴이 끝난 뒤에는 박물관 내 창고 한 켠에 언제 어디로부터 비롯되어 왔는지 의문투성이인 토기편들이 끝없이 가득 쌓이곤 했다. 처음에는 이 많은 오래된 유물들에게 어떤 이름과 설명을 부여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발굴된 층을 고려하여 토기들의 질감과 색채에 따라 분류를 하는 작업을 여러 번 거친 후, 하나하나 토기편들을 들고 깨진 흔적과 맞물려지는 짝을 찾는다. 그렇게 수 개월 혹은 수 년이 지나면 둘은 셋이 되고, 셋은 넷이 되어, 결국 하나의 온전한 토기가 정체를 드러내는 짜릿한 순간과 조우한다.

 

법률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경험이지만, 그 때 훈련했던 시각과 촉각, 그리고 수 만년 전 일들을 추론하기 위해 애쓰던 기억들은 변호사가 된 지금도 내 감각 속에 남아 수시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옛날 박물관에서 토기편들을 맞췄던 것처럼 하나의 단서를 잡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생활 속 곳곳에 증거로 남아 있다. 포렌식을 하지 않더라도 의뢰인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웹에 동기화가 되어 있거나, 핸드폰 어딘가에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대세를 바꾸는 증거를 찾았을 때의 짜릿함은 그 여운이 참 길다. 토기편을 완성하며 느꼈던 짜릿함이 지금도 나를 지배한다. 이처럼 삶에서의 모든 경험들은 변호사에게 소중한 자산인 것 같다. 오늘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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