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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출렁이는 살인의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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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정인'이를 숨지게 한 양모에게 검찰은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하였다가 국민여론이 빗발치자 전문가 의견 등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1회 공판기일에 주위적으로 살인죄, 예비적으로 아동학대치사죄로 공소장변경을 신청하였다. 

 

이와 같이 여론에 따라 살인의 고의가 바뀌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어왔다. 소위 '윤일병 구타사망사건'을 살펴보자.

육군 제28사단의 어느 의무반에서 이모 병장과 나머지 3명이 윤 일병에게 음식을 쩝쩝거리며 먹고 대답이 늦다는 등의 이유로 수회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군검찰에서 상해치사죄로 기소하였다가 여론에 떠밀려 주위적으로 살인죄,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로 공소장변경을 하였다.

그러나 1심에서 피고인들에게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고 대신 상해치사죄로 이 병장에게 징역 45년이 선고되어 양형상으로는 일반 살인죄보다 훨씬 중하였으나 2심에서는 피고인들 모두에게 살인죄가 인정되고 이 병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형량이 줄어 징역 35년이 선고되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이 병장이 나머지 피고인들보다 입대일이 빠르고 나이도 많아 선임병 역할을 하여 폭행을 주도한 반면에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 병장의 지시나 권유로 폭행에 가담하였으나 그 정도나 횟수가 훨씬 적고, 이 병장이 윤 일병으로부터 "이 병장님의 아버지가 조폭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감명 깊었다"는 말을 듣고 순간 화가 나 주먹과 발로 윤 일병의 가슴을 수회 때리는 등 심한 폭행의 동기로 작용한 반면에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하는 의사를 형성할 만한 동기가 될 수 있는 정황이 없고, 윤 일병이 계속된 폭행에 못 이겨 침상에 쓰러져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도 이 병장이 복부를 다시 한 번 강하게 걷어차고 추가적인 폭행을 계속하려한 반면에 나머지 피고인들은 윤 일병이 쓰러지자 폭행을 중단하고 이 병장의 폭행을 저지까지 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이 병장에 대해서는 살인죄가 인정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파기되었다. 최종적으로 이 병장에게만 살인죄로 징역 40년, 나머지 피고인들은 상해치사죄로 징역 7년씩이 확정되었다.

 

이 병장과 나머지 피고인들의 행위를 보면 구별이 되긴 하지만 후임병으로부터 위와 같이 조폭과 관련된 황당한 말을 듣고 순간 흥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이로 인해 폭행이 심해졌다고 하여도 살인 동기가 생겼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윤 일병이 쓰러진 후에도 이 병장이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꾀병부리는 것으로 오해하였기 때문이고, 흉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다른 피고인들의 제지에 폭행을 중단하였고, 피해자가 정신을 잃은 것을 알고 이 병장이 구급차를 직접 운전하여 다른 피고인들과 함께 윤 일병을 후송까지 한 점을 보면 이 병장에게도 사망을 인식하고 용인하였다고 선뜻 보여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여론에 출렁이고 법관마다 판단이 달라지는 살인의 고의가 이번 '정인'이 학대사건에서는 또 어떤 결론이 날지 지켜보아야겠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 [ 반  론 ] 

2014년 4월 7일 사망한 28사단 윤승주 일병의 매형 김진모씨는 이창현 교수의 이 칼럼에 대해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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