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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결론에 이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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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예측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해야 하는 업무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소를 제기하면 이길 수 있을지,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지, 회사의 어떤 결정으로 이사가 업무상 배임의 책임을 부담할지 등등의 사안에서 결론을 예측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고객에게는 타당한 결론만큼이나 그러한 결론이 도출된 합리적 근거가 중요하다. 

 

중고등학교 때 수학문제를 풀다가 틀리면, 문제풀이 해설을 보며 내 논리에 어느 부분이 틀린 것인지 납득하며 공부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문제풀이를 보고도 정답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예컨대 A → B → C로 이어지는 논리에서 B가 생략된 채 A → C로 설명되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B가 생략된 것임을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해답지의 정답이 틀린 것이 아닌가 오해를 할 때도 있다. 

 

변호사는 고객에게 해답해야 한다. 그러나 고객은 변호사가 내린 결론이 언제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한 설명에는 고객이 "그렇습니까?"로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습니까??"로 검토의 타당성을 되묻는다. 문제 상황에 대하여 검토와 고민을 거듭하여 결론을 내린 사람의 머리에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기 때문에 A를 논거로 B를 거치지 않고 C로 바로 이어지는 설명이라도 검토자의 눈에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고객의 입장에서 A → C는 어색하고, 그런 결론을 내리는 변호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결론을 예측해야 하는 업무에서 옳은 결론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만, 결론에 이르는 길을 잘 설명하는 것도 옳은 결론만큼 중요하다. 수학 문제집의 해설조차 믿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객이 변호사의 검토 결론을 당연히 신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기대는 분명 오해다. 어쩌면 변호사의 업무에서 문제풀이는 출제자인 고객이 요구하는 또 하나의 정답일 수도 있겠다.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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