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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와 법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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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주식시장이 뜨겁다. 특히, 동학개미로 지칭되는 개인투자자들은 이제 한국 자본시장의 중요한 한 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주식시장에서 번번이 상투를 잡거나 실패를 맛보았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을 기관투자자들이 따라가는 형국도 연출된다. 스마트개미로 지칭되는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무기로 외국인을 대응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히 그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시장 관련 업무를 20여 년 해온 필자는 동학개미의 활약을 보면서 한국 자본시장에서의 법률가들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필자가 2007년 9월 뉴욕 소재 로펌인 White&Case에 근무할 때였다. 당시 White&Case는 신용카드업체인 Visa의 IPO를 자문하고 있었고 필자의 officemate였던 인도계 신입 미국변호사도 그 일에 참여하고 있었다. Officemate는 White&Case의 미국내 사무소와 해외지사에서 무려 70여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Visa IPO에 관여하고 있고, 자기는 입사 후 6개월가량 Visa IPO 업무만 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처럼 미국시장에서 IPO는 법률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법률시장'이었다. 한국 IPO시장에서의 초라한 법률가의 역할이 떠올라 부럽기도 하고 약간 창피하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 한국 IPO시장에서의 법률가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외국기업과 소수의 대형딜을 제외하고 국내기업의 상장과정에 법률실사나 법률의견은 필요하지 않다. 일부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법률실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선진 자본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개인투자자들이 충분히 보호받기 위해서는 법률가들의 Gatekeeper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장준비과정에서 법률실사를 의무화하고 증권신고서에 대한 법률의견을 공시하게 하면 상장예정기업이 자연스럽게 준법경영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내부통제체계 및 공시체계도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된 법률가의 역할을 기대하며, 동학개미운동의 성공을 기원해 본다.

 

 

이행규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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