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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동시不履行항변권’이 있습니다

- 동시履行항변권 對 동시不履行항변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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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계약사건을 상담하면서 하나의 고충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의뢰인에게 ‘동시이행항변권’을 어떻게 설명할지 이다. 사건의 쟁점은 ‘채무불이행책임 및 계약해제 여부’인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동시이행항변권이 깨졌는지 여부를 반드시 설명해야 되기 때문이다. 추상적 계약에서 구체적 실천이 있는 경우에만 동시이행항변권이 깨져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고 이어서 계약해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람 對 사람 사이의 계약은 단순한 말(글) 對 말(글) 그 이상의 관계이다. 말(글)한 사항은 반드시 실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책임이 뒤따른다. ‘의무 對 의무’의 관계인 쌍무계약에서는 상대방이 말(글)한 것을 받기 위해 자신이 말(글)한 것을 실천해야 한다. 


쌍무계약의 경우, ‘의무성립 對 의무성립’의 정적 상태에서 ‘의무이행 對 의무이행’의 동적인 상태로 만드는 것이 동시이행항변권이다. ‘의무이행 對 의무이행’이 대치되어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시각 너의 행위가 없으면 나의 불행위(不行爲)가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선생님!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이전의무를 이행제공하거나 이행하지 않아 선생님에게는 동시이행항변권이 있습니다. 따라서 선생님에게는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행지체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매도인이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담은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적법한 해제의사표시로서 본 계약은 해제되지 않고 존속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매도인의 계약해제의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이라고 정확하게 설명했는데도 의뢰인은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변호사님 동시이행항변권이 무엇이에요”라고 반문한다. 


어쩌면 의뢰인에게 채무불이행책임 및 계약해제 여부를 이해시키기 위해선 ‘동시履行항변권’보다 ‘동시不履行항변권’이 적합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종래 법률가는 매도인의 잔금청구에 대하여 ‘등기를 받으면 잔금을 이행하겠다’는 것이 매수인의 同時履行항변권이라고 가르쳤고 배웠다. 그런데 의뢰인에게는 ‘등기를 안 했으니 잔금 안 주겠다’는 ‘同時不履行항변권’이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현재 불이행하고 있는 매수인의 지위에 들어맞는 섬세한 상황 묘사로서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다. 즉, ‘行爲 對 行爲’라는 적극적 개념보다 ‘不行爲 대 不行爲’를 정당화하는 소극적 개념으로 보는 것이 상황과 훨씬 부합된 개념이다. 


그리하여 의뢰인에게 ‘이행’보다 ‘불이행’에 초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다. “선생님! 서로의 이행기가 2021. 4. 4. 이라고 해봅시다. 2021. 4. 4. 오전 0시부터 24시까지 상대방이 불이행하면 선생님 역시 그날 오전 0시부터 24시까지 불이행하더라도 그에 따른 불이익이 없습니다. 설령 이날 상대방이 계약을 실천하기 위해 힘차게 움직였더라도 그 발걸음을 멈추고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복귀하면 그 역시 결론적으로는 불이행 상태이므로 선생님 역시 불이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즉 선생님! 상대방의 이행이 없거나 이행이 멈춘 경우, 선생님 역시 똑같이 불이행하거나 했던 이행을 중지해도 됩니다. 그리고 이행기인 2021. 4. 4. 다음 날에도 상대방의 행동에 변화나 진전이 없다면 선생님 역시 추상적 계약 상태에서 구체적 이행의 장면으로 들어갈 필요 없이 계속 불이행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즉, 2021. 4. 5.부터 천년이 지나더라도 사장님에게 불이행에 따른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민법은 ‘불이행한 사람 對 불이행한 사람’ 사이를 상하 없이 평등하게 다룹니다. 


그러나 선생님! 상대방이 불이행의 영역을 벗어나 이행의 국면에 돌입하면 지위의 대등성이 깨집니다. 이행한 성실한 사람은 불이행한 사람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등 우월적 지위를 차지합니다. 민법은 ‘이행한 사람 對 불이행 사람’을 준별합니다. 반면에 양측 모두 이행의 영역에 돌입하지 않았다면 ‘不履行 對 不履行’의 원칙인 '동시이행항변권'이 적용되어 양측을 평등하게 규율합니다. 모두가 ‘불이행’하고 있는 경우에 인정되는 민법 내지 계약법상 매우 귀중하고 강한 권리입니다“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이러한 ‘동시不履行항변권’이 있습니다. 



김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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