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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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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일 년 동안 읽은 책들을 돌아보며 나만의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벌써 십 년쯤 된 습관이다. 최근에는 올해의 책 후보작들의 경쟁률이 별로 높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특정 장르에 대한 선호가 약해지면서 읽을 책을 고르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몇 년 전부터 사람보다 기록 대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읽기에 대한 애착이 현저히 줄어든 것도 이유인 것 같다. 문자에 염증이 생겨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2020년을 보내면서도 어김없이 일 년치 독서메모를 보며 올해의 책을 선정하기 위해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후보작들은 인간성에 대한 신뢰나 살아있다는 기쁨 등 긍정적인 기운을 환기시키기도 했고, 운명이 부조리하다는 감각을 일깨우기도 했으며,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도 한 책들이었다. 

 

즐거운 고민 끝에 선정된 올해의 책은 '법률가들-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백 퍼센트 주관적인 나만의 올해의 책이다. 법률가라는 직역의 탄생을 통해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끌어내는 책이었다. 방대한 자료로 뒷받침된 튼튼한 문장. 저자가 구사하는 문장들을 통해서 이전까지 평면으로 알았던 수많은 개인이 입체로 다가왔다. 동일한 사건 앞에서, 존재를 건 선택은 얼마나 스펙트럼이 넓은지도 선명했다. 시대가 가하는, 이해할 수 없는 시련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인생은 장엄했다. 그 모든 것이 픽션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것. 그 영향은 지금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에 근거하되, 인간이라는 심연을 마주볼 용기와, 인간에 대한 긍휼이 필요한 직업이 법률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철저하게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통념에 기대어 비난하거나 추켜세우지 않는다. 연민을 가지고 인간이라는 심연을 마주하고 있다. 책 제목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글쓰기, 법률가의 글쓰기가 아닌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이다.

 

문자에 대한 염증이 커져가더라도 당분간은 올해의 책을 해마다 선정할 수 있겠지. 2021년에는 어떤 책들을 만나게 될까. 연말엔 어떤 책들을 두고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될까. 기대가 된다.

 

 

장소영 통일법무과장 (법무부)

리걸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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