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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의 계약 조건 제시와 계약 성립 여부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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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쟁점 사실

주택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 공인중개사가 매수인에게 문자 등으로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계약금, 중도금, 잔금, 계약서 작성일, 가계약금 등 계약의 본질적 내지 중요 사항을 제시하여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가계약금 조로 계약금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보냈으나 매도인이 매대대금의 증액 요구를 하여 계약서 작성이 무산된 경우 이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도인은 계약의 불성립을 주장하고 매수인은 계약의 성립을 주장한다. 중개행위의 법적 성격을 근거로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 및 이에 따른 가계약금 반환 여부에 대하여 고찰한다.


2.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의 성격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에서 '중개'란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간의 매매·교환·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알선'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일이 잘되도록 주선하는 일이다. 타인 간 계약의 체결을 돕는 알선행위는 법률행위이가 아닌 사실행위이다(대법원 2019. 9. 10.자 2019마5464 결정 참고).

  

공인중개사는 '매매계약' 그 자체가 아닌 '매매계약의 중개'를 하는 사람이다. 매매계약은 법률행위이고 그 중개는 사실행위이다. 또한 공인중개사는 당사자로부터 수권을 받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를 하거나 의사표시를 수령하는 법률행위의 '대리인'이 아니며 당사자의 완성된 의사표시를 전달하거나 의사표시를 완성하는 사실행위의 '사자'도 아니다. 수권을 받지 않는 한 공인중개사는 당사자와 동떨어진 제3자 지위에 있다.

 

예컨대 매도인이 자신의 대리인을 선임한 경우를 상정해 보면 중개행위의 성격과 공인중개사의 지위가 뚜렷이 도드라진다. 매도인의 대리인과 매수인이 의사표시 내지 법률행위를 하는 것이고 공인중개사는 그들 간에 의사 교환이 잘되도록 중간에서 주선하는 사실행위를 할 뿐이다. 

 

이에 대하여 공인중개사가 매도인과 계약 조건에 사전 협의한 후 매수인에게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계약금, 중도금, 잔금, 계약서 작성일, 가계약금 등을 제시한 경우 공인중개사는 적어도 표시기관으로서의 사자에 지위에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이와 같이 보더라도 양측 당사자가 직접 대면한 적도 없는 상태에서 매도인이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제시한 조건을 매수인의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하는 구체적·확정적 의사표시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또한 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의 끝에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법률행위의 대리 내지 대행이지 않느냐는 또 한 번 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공인중개사의 매매계약서 작성행위는 이미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하여 성립된 계약을 문서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서 작성행위 자체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이렇듯이 당사자를 위한 의사 교환의 주선 행위, 이미 성립한 계약의 문서화 작업으로서 계약서 작성 행위 등 공인중개사가 중개 과정에서 하는 모든 행위의 법적 성격은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행위이다.


3. 매매계약의 성립 여부 및 가계약금 반환

이러한 논리를 가지고 쟁점 사실을 판단하면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쉽게 도출된다. 공인중개사는 계약당사자의 대리인 내지 사자가 아니고 중개행위는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행위인바 공인중개사의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계약금, 중도금, 잔금, 계약서 작성일, 가계약금 계약 조건 제시의 효과가 당사자에게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중개 활동의 일환으로서 알선 내지 주선행위에 불과하다. 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는바 가계약금 조로 보낸 돈은 부당이득 법리에 따라 반환청구하고 반환해야 할 것이다(민법 제741조). 이는 공인중개사가 제시한 조건이 계약의 본질적 내지 중요 사항이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 않고 이와 정반대로 공인중개사가 제시한 계약 조건에 따라 매수인이 가계약금을 지급한 때에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본다면 이는 공인중개사는 중개행위라는 사실행위 외에 매매계약이라는 법률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서 공인중개사의 지위 및 중개행위의 개념과 저촉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논리는 공인중개사가 "가계약금이 지급되면 계약이 성립함, 가계약금이 지급되면 매도인은 배액 배상하고 매수인을 이를 포기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를 표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당사자의 대리인이 아닌 공인중개사가 아무런 권한 없이 의사표시 내지 법률행위에 관한 사항을 표시했다고 한들 아무런 효력을 발생시킬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김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규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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