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인하우스 다이어리

[인하우스 다이어리] 류정화 변호사… 나는 오늘도 출근한다

세상을 바꾸는 큰 일은 아니지만
업무통해 기업 비즈니스 지원에 보람

166480.jpg


변호사 자격 취득 이후로 계속 사내 변호사로만 일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내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업무들은 조금씩이라도 다 경험해 본 것 같습니다.

 

신입 변호사 시절에는 직장 선배나 상사가 지시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기는 한 것인지, 그냥 남들처럼 최대한 적게 일하고 월급만 꼬박꼬박 받으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내가 한 판단과 결정으로 회사가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법무 조직을 만들고 법무 프로세스를 셋업했던 경우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기업 대표나 상사가 지시하는 내용이나 방식이 회사 운영의 거의 유일한 기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온 사내 변호사가 법무 검토 요청 양식을 만들어 현업에서 사용하게 하고 내부 계약 정책에 따라 고객과의 계약 협상을 시작하자, "업무 과정이 복잡해지고 최종 거래 성사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결국 회사 전체에 불이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컴플라이언스 업무 역시 처음에는 상당히 저항을 받았습니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도 크게 영향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꼭 해야 하는 것이냐", "이번만 넘어가면 안 되냐"는 등의 요청와 불만이 반씩 섞인 목소리가 종종 들려 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법무에서 하는 일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대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더라도 필요한 절차를 밟고 기록을 남기며 승인을 하나 하나 받아가며 일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IT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계약서 등의 문서에 표현되어 있는 각종 프로그래밍 혹은 컴퓨팅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문서를 검토할 때마다 IT 용어 사전을 2개 이상씩 사용하며 의미를 숙지하려고 했습니다. 가장 무모한(?) 도전은 숫자를 무서워하는 제가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인 파이썬(Python)을 배우기 위해 매일 저녁 학원을 다녔던 일입니다. 이전에는 외계어 같던 계약서 상 IT 용어들이나 회사 엔지니어분들이 하시는 이야기가 수강 후에는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으며 처음 접하는 IT 개념들도 설명을 들으면 대충의 이미지가 그려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업계와 사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이 적법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일. 이것이 사내 변호사가 하는 일의 의미가 아닐까요? 비록 저는 판사나 국회의원처럼 세상을 단번에 바꾸는 판결이나 입법을 하지는 않지만 매일의 업무를 통해 기업이 올바르게 비즈니스를 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결국에는 많은 직장인들 중 하나이겠지만 제가 하는 일의 의미를 이렇게 스스로 찾아가며 오늘도 출근합니다.

 

 

류정화 변호사 (서울회)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