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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수상한 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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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에 중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건만 대한민국은 법무부와 대검찰청뿐이다. 양 기관 수장 간의 대치가 수많은 절박한 민생이슈를 잠식하고 있다.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 힘들다고 아우성치지만 첨예한 정치적 갈등으로 하루가 지나간다. 누구의 책임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찰청이 논란의 중심인 건 분명하다. 검찰총장 징계 청구 사유인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적법성 여부가 핵심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검찰의 법관 정보수집이 불법하지 않다는 판단은 아니었다.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에 따르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의 업무는 '사건 및 수사 관련 정보수집'이다.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가 수사 중인 사건 관련 정보이고 공판 사건 관련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찰이 이런 정보를 조직 차원에서 수집해 일선 공판 검사에게 배포해도 되는지, 수집 목적이 무엇인지 등등이 불법성 여부를 가른다. 수사와 공소를 분리할 수는 없다는 논거로 규정을 넓게 해석하고 싶은 검찰은 정당한 업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판부 소속 판사의 성향과 개인정보까지 공판 사건 관련 정보라고 볼 수는 없다. 도청하거나 주변 인물을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만이 불법 사찰이 아니다. 권력기관이 조직을 이용해 업무 범위 밖의 정보를 수집한다면 그것이 바로 사찰이다. 검찰 스스로 지난 정부에서 자행된 정보수집 명목의 불법 사찰과 권한 남용을 기소한 바 있다. 수사정보정책관의 정보수집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오남용 위험 때문에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 정보수집기능의 전면적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누구나 알 수 있고 언론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하지만, 이는 하는 일없이 자리만 차고앉아 국민의 세금을 축내고 있었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미국에서는 검사의 재판부 정보수집을 권장한다거나 판사 정보를 모은 책이 팔릴 정도라는 주장은 영어만 알고 비교법적 고찰 방법을 모르는 소리다. 미국 검사의 지위와 역할, 형사소송의 구조가 우리와는 다르다. 미국 검사는 plea bargaining, 소위 유죄협상도 할 수 있다. 미국 얘기를 하려면 이제부터 '공익의 대변자', '준사법기관', '객관의무'라는 소리는 집어치워야 한다.

 

수사정보담당관실 외에도 수상한 곳이 또 있다.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이다. 대선주자 선호도조사의 후보에 포함돼 있다. 언젠가 이름을 빼달라고 언론사나 여론조사기관에 항의도 하더니 이제는 명확한 태도 표명 없이 수수방관이다. 정계 진출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도 했다. 야당 원내대표가 법치주의를 살리고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는 길이라며 검찰총장의 명백한 선언을 촉구했건만, 당사자는 아무 말이 없다. 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나 정권에 저항하는 이미지는 검찰의 사명과 거리가 멀다. 여야든 좌우든 어느 편에 속해야 하는 정치적 지도자의 상과 행정관료로서 비 당파성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은 상극이다. 정무 감각이 있다는 평가 자체가 정치적 행보를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받는다. 대선주자 지지율을 높이고 1등을 달리기 위해서 그렇게 의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직과 현업이 아니라 포스트 현직을 염두에 두면 정치적 사고와 행동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면 현직 수행도 그르치게 된다. 수상한 대검찰청에 바란다. 법과 원칙에 따라 주어진 직무에 충실해야 기나긴 갈등의 출구가 보일 것이라고.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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