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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제주 한달 살기' 이상후 법무사

쉼과 재충전 시간으로 가족 함께 ‘느린 여행’ 떠나
올레길 걷다가 싫증나면 바다 바라보며 ‘멍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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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도살이가 유행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여가생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느린 여행’을 의미하는 ‘라르고(Largo) 여행’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필자는 2010년도에 가족들과 함께 처음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체험했다. 그리고 올해는 이미 총 4번의 보름 살기와 한 번의 두 달 살기를 앞두고 있다. 필자처럼 ‘제주살이 라르고 여행’을 해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필자의 경험을 조금이나마 나누어드리고자 이 글을 쓴다.

 

필자가 2010년 1월 1일, 처와 중3인 딸,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제주 한 달 살기를 시작한 것은 ‘올레코스 완주’를 목표했기 때문이다. 법무사 개업 11년차, 이제는 안식년을 가지고 좀 쉬면서 삶을 재충전하고 싶었다. 제주살이에 가족들을 모두 동반한 것은 한 달 정도 제주에서 살면 가족들 건강에도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나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데, 법무사 업무의 특성상 사무소 문을 완전히 닫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필자는 매주 화요일 제주발 첫 비행기를 타고 사무소로 출근해 목요일 저녁 비행기로 돌아와 기족들과 합류하는 일정으로 한 달을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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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7코스를 걷던 중 발견한 외돌개. 바다 한복판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바위섬인데, 꼭대기에는 작은 소나무들이 몇 그루 자생하는 모습이 발걸음을 멈춰서게 만든다.


 올레 코스는 7~8km 정도에서 15~16km 등 다양한데 하루에 다 걸을 필요는 없다. 형편에 따라 걷다 멈추고 다시 이어서 걸어도 좋다. 섬 관광을 하며 가볍게 걷고 싶은 분들에게는 10-1 가파도 내륙코스도 권한다. 올레를 처음 걷는 이들이나 경험이 적은 분들은 7코스가 가장 적합하다. 이 코스에는 제주도 관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관광지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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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10코스의 사계리 해변. 걸어온 자리마다 모래길에 신발 바닥 모양이 움푹 패였다.

 

필자는 제주 한 달 살기 첫 2주에는 필자가 출근하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일간은 남은 가족들끼리 서귀포의 도서관과 보복리 마을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냈고,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나흘간은 가족 모두가 애초 목표대로 하루 약 15km 정도의 올레길을 걸었다. 그리고 나머지 2주는 올레길과 지질 트레킹길, 한라산 둘레길, 곶자왈, 오름 등을 골고루 돌아다녔다. 

 

트레킹· 자전거 일주· 오름 오르기 등

 다양한 체험 

 

점심식사는 주로 올레길 ‘해녀의 집’을 자주 찾았다. 성게국수, 보말미역국, 전복죽이 주 메뉴다. 서귀포시장 앞에 있는 쌍둥이 횟집도 좋다. 오후 3시까지 회덮밥 등을 파는데 가격도 싸고 맛도 훌륭해 이보다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밖에는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보리빵, 오메기떡, 메밀떡 등을 사서 올레길을 오를 때 간식으로 먹었다.대부분 사람들은 제주 하면 흙돼지를 떠올리지만, 우리 부부는 흙돼지 오겹살이나 갈치구이, 고등어조림 등을 파는 식당은 거의 가지 않았다. 어쩌다 해녀식당이나 백반집을 못 가는 날 그런 음식점에서 밥을 먹게 되면, 대부분은 너무 비싸고 생각보다 맛이 없어 실망하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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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뻥 뚫린 제주 풍경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한번에 풀리는 기분이다.

 

특산물을 메뉴로 먹고 싶다면 식당보다는 서귀포시장에서 소라, 전복, 방어회, 흙돼지 오겹살, 갈치 등을 사서 숙소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것이 좋다. 훨씬 저렴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저녁식사는 횟집에서 주는 매운탕거리로 2~3일 정도 해결이 가능했다. 그 외에는 식당에서 몸국(모자반과 돼지 물렁뼈와 살로 끓인 제주 향토음식)이나 성게 미역국을 사와 숙소에서 먹으면 둘이 세끼를 해결할 수 있다.


몸국 ·오메기 떡 등 

향토음식 순례도 ‘소소한 행복’ 


이번 제주도살이 때는 제주올레 전 코스를 다시 한번 걷고 싶다. 앞으로는 한 달 살이를 넘어 겨울 한철 나기, 반년이나 1년 살기 등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걷기가 싫증 날 때를 대비해 낚시와 회 뜨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도 렌터카, 장기투숙 장소, 자전거일주, 오름 오르기, 가파도나 마라도에서 멍 때리고 며칠 있기 등 여러 프로그램을 생각하면서 가슴 설레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제주살이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쉼과 재충전, 자기성찰 등을 위한 훌륭한 계획이다. 더 나아가 은퇴 이후의 삶을 대비하는 데도 필요한 일이다.


이상후 법무사 (경기중앙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