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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 관행화된 “제·개정”이라는 용어

- ‘제정(制定)’과 ‘개정(改正)’, 한자 달라 줄임말로 쓸 수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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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제·개정”이란 줄임말 표기법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제·개정”이란 용어는 ‘제정’과 ‘개정’이라는 용어가 모두 ‘정’ 자로 끝나기 때문에 당연히 줄여서 사용해도 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오랜 관행이고, 이러한 사용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제정(制定)’과 ‘개정(改正)’, 한자 달라 줄임말로 쓸 수 없어

하지만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제·개정”이란 말은 잘못된 용어다. ‘가운데 점(?)’의 문법적 의미에 상응하여 이해할 때, ‘제·개정’이라는 용어는 ‘제정 및 개정’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제정’과 ‘개정’의 한글 ‘정’ 자는 같지만, 어원적으로 ‘제정(制定)’의 ‘정(定)’과 ‘개정(改正)’의 ‘정(正)’으로서 엄연히 서로 상이한 ‘정’ 자이다. 그러므로 ‘제정(制定)’과 ‘개정(改正)’은 결코 “제·개정”이라는 줄임말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표기법이다.

‘제정’과 ‘개정’에서 각 ‘정’의 한자가 상이하다는 것은 우리 헌법의 전문에도 명확하게 나와 있다. 헌법 전문 말미를 보면 “… 1948년 7월 12일에 制定되고 8차에 걸쳐 改正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改正한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법조계에서 관행화된 “제·개정”이라는 용어

얼마 전 이탄희 의원이 국회에서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대법원 예규 제·개정 등을 심의·의결…”, “법원 업무와 관련해 국회에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 “대법관회의에 대법원 규칙 제·개정을 요구…” 등등 곳곳에 “제·개정”이라는 용어가 출현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이탄희 의원은 법관 출신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현재 「대법원규칙 등의 제·개정 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시행 중이다. 법률 명칭부터 “제·개정” 용어다. 동 규칙의 본문 내용 중에도 “제·개정”이라는 용어는 시종일관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법률의 명칭이나 법률 본문에는 “제·개정”과 같은 줄임말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준수해야 할 원칙이다.

‘제정’과 ‘개정’의 표기법과 관련하여 「국회법」에는 올바른 그 사용례가 나와 있다. 국회법제98조2항을 보자.

제98조의2(대통령령등의 제출등) ①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이나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훈령·예규·고시등이 제정·개정(制定·改正) 또는 폐지된 때에는….

법조계에서 “제·개정”이라는 용어는 지나치게 관행화되어 있다.

엄정성과 정확성에서 특별하게 모범을 보여야 할 법조계에서 이렇듯 올바른 표기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하루바삐 올바르게 수정해야 할 일이다.


소준섭 전 조사관(국회도서관)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