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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낙태죄 개정안에 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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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의사'가 낙태를 하려는 임부를 돕는 행위를 금지하는 형법 규정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결정했다. 결정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규정들이 개정되어야 한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법률안이 곧바로 제시되었지만 실질적인 토론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고 제20대 국회와 함께 폐기되었다. 법무부는 2020년 10월 7일 형법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 법무부 개정안에 대하여 낙태죄 폐지를 주장한 측이나 반대한 측 모두의 비판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법은 입법과 행정, 사법 모두에 적용하는 기속력을 규정한다(동법 제47조와 제57조, 제59조, 제67조, 제54조 탄핵의 경우만 기속력과 달리 실질적 선고효력으로 볼 수 있다). 원래 기속력이란 재판의 자기구속력이다. 상급 법원의 결정을 하급 법원이 따를 때 사용한다. 그런데 사법부의 특별법원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행정부와 입법부가 따르는 근거가 법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결정 주문만 기속력이 있다. 결정 논거들은 효력이 없다. 재판관들 개별 의견이 다를 경우가 많아서 근거들은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해당 결정에서 형법상 낙태죄 일부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은 재판관 다수의 '논거'이고 '의사'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것은 결정된 '주문'이다. 일부 주장처럼 법무부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거나 번복했다는 생각은 오해이다.

 

최근 다시 등장한 낙태죄 전면 폐지 주장들은 사회적 낙태현상과 형법상 '낙태의 죄'를 구분 못하고 있다. 낙태의 죄에는 임부의 자기결정에 따른 낙태만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강제로 낙태시키는 등의 행위도 금지한다. 또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은 소위 '자기결정권'에 대한 오래된 오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보인다. 자기결정권이란 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가 언급한 '자유 의지'로부터 비롯되었다. 기독교 황제인 그는 예수의 인격과 신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극단적 논쟁인 단성설과 합성설의 대립을 정리하기 위해서 이 개념을 제안했다. 그 후 '자유'를 그리스도의 본질로 파악하는 이념으로 확대된다. 근대법에서 자유 개념이란 상황에 따라 맺어지는 계약과 같다. 계약의 효력을 주장하려면 계약의 조건과 상태를 근거로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우리 법체계에서 자기결정권의 근거는 현재 '승인된 법률'이다. 자율적 결정은 가능한 권리의 범위에서만 타당하다(내재적 한계).

 

낙태죄 폐지를 주도하는 여성주의자들이 이러한 자기결정권에 대한 오해를 배경으로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역사상 여성들에 대한 근거없는 희생 강요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주의는 평등한 인권을 위한 소중한 활동이다. 그런데 그 이념을 달성하는 방법으로 낙태권을 요구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물론 여성주의자들 중 낙태자유화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여성의 실질적 평등과 권리 회복은 태아를 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등 노동이나 정당한 재생산권 지원 요구로 달성되어야 한다. 노동과 재생산권보다 훨씬 자극적인 낙태권을 주장하면 당장은 주목을 받을 수는 있지만 평등한 인권의 실현이라는 여성주의 본질과 멀어질 수 있다. 타인의 생명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여성주의의 참된 모습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여성주의에서 아직 낙태자유화같은 비인도주의적이고 모순된 전략이 성행한다는 사실은 아쉽다.

 

첨언하여 법무부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거의 1년 넘는 기간 동안 준비된 법무부 개정안은 낙태를 정치화하는 두 집단의 반대에 직면한다. 법률적인 측면에서는 개정안은 주문이 아니라 결정 논거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문은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했다. 이는 형법 제270조 제1항 조력낙태죄를 개정하고 의사와 관련없는 자기낙태죄 등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형법상 낙태의 죄는 임부의 자기결정권과 관계가 없거나 부분적으로만 관계된다.

 

현행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의 보호법익은 태아의 생명이다. 더욱이 자기낙태죄란 어머니가 태아를 공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이다. 임부는 비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 등)에서 태아와 함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낙태를 촉탁 승낙한 임부를 의료적으로 돕는 행위를 금지한 현행 법률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게 아니라 의사의 낙태조력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봐야 맞는다.

 

개정안은 제270조의2 제1항에 '제269조 제1항(단순자기낙태), 제2항(승인 등에 의한 조력낙태) 또는 제270조 제1항(의사등 조력낙태)의 행위가 임신 14주 이내에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진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임신 14주 미만의 무제한 낙태가 가능하다. 개정안 제270조의2 제2항은 다시 조건부 낙태 허용 사유를 정하는데 그 내용은 대체로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와 동일하다. 논리적으로 임신 14주 이내 낙태는 조건이 없으므로 개정안 제270조의2 제2항은 전항의 임신 14주내 자유 낙태 기간을 도과한 임부들의 경우 제2항이 정한 강간 또는 인척간 임신,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임신 24주 기간내 할 수 있다. 임신14주 미만은 자유 낙태, 임신 14주부터 24주 미만은 제한 낙태로 볼 수 있다.

 

기간만 정하는 자유 낙태는 1920년 소비에트 연방공화국과 1930년대 루마니아 그리고 통일 전 동독의 낙태법 이외에는 유사한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그와 같은 법정책들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제한없이 일정 기간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것으로 보이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는 쓸모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임신 14주라는 기간은 산부인과의사회가 권고하는 임신 10주 미만의 낙태허용기간 제안과 부합하지 않는다. 산부인과의사회가 권하는 기간은 낙태를 하는 임부의 건강과 소멸되는 태아에 대한 침해 최소화를 감안한 기간이다. 그 기간을 넘기면 임부에게 실질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안의 임신 14주는 의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와 함께 개정안 제270조의2 제2항의 '사회경제적 사유'는 애매할 뿐 아니라 정상적인 법개념도 아니다. 사회경제적 사유를 특정하는 기준이 없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낙태는 임부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게 되어 법은 기능하지 않게 된다. 기간내 자유 낙태를 허용했던 과거 공산주의 법률에서도 최소한 이미 3자녀 출산이나 출산시 임부의 고연령 등 낙태 허용을 위한 기준으로 정하고 있었다.

 

함께 제출된 모자보건법에도 문제가 보인다. 예를 들어 개정안 제7조의3 이하는 상담관련 규정인데 그 내용들은 임부나 임신 예정자에게 별로 도움주지 못할 내용만 포함한다. 임신과 출산을 위해 국가가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 실질적 지원이나 특별 입양 제도와 같은 구체적 사항은 없고 단순히 상담해야 처벌하지 않겠다고 규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제14조의2 제1항에서 심신장애를 가진 임부의 법정대리인을 본인으로 간주하는 규정과 동조 제2항의 법정대리인 부재 또는 제3항의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아동학대로 인한 대리권 면제 등은 민법과 규범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현행 민법은 2012년 개정으로 미성년후견과 성년후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제14조의2 제2항 내지 제3항과 같은 경우 미성년후견을 법정 또는 계약으로 대리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이 경우 민법 제947조의2 제2항에 따라 침습적 행위가 피후견인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가정법원의 허가도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 우선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되어 가정법원이 담당할 것이므로 개정안 제14조의2 제5항의 규정은 직접 규율할 대상이 없을 수 있다. 법무부는 개정안을 위해 1년 넘는 기간을 준비했다. 그 결과물로 보기엔 개정안이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낙태를 허용한 국가들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도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정치적으로 낙태는 해소되지 않는 갈등으로 부각되고 독일도 상담조건부 임신 12주 미만의 낙태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낙태를 비극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낙태는 법적인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 전문화된 현대 사회에서 법은 만능의 제도가 아니며 일부 제한된 갈등만 해결할 수 있는 제도이다. 법은 낙태로 희생될 수 있는 태아를 보호하고, 임신한 여성들이 직면한 사회 경제적 갈등을 국가와 사회가 해결하고 도와주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신동일 교수 (국립한경대 법학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