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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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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는 가장 흔하게는 어딘가로 들어가는 입구를 의미하지만 비리 의혹에 싸여 있는 사건, 주로는 정치나 정부와 관련된 사건을 뜻하는 용어로도 자주 쓰인다. 문화부가 고시한 '문화부 발굴 행정분야 전문용어 표준화 고시'에 의하면 순화 고시 대상 총 312개 중 1번 용어에서는 '의혹 사건'이라고 부르라고 하고 있다.

 

소위 '배터리 게이트'라고 불리는 사건은 초거대 기업인 애플이 구형 아이폰에 대하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한 이후 기기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는 소비자 불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애플은 배터리가 오래 되어 성능이 저하됨으로 인하여 시스템이 다운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기의 일부 기능에 대한 성능을 제한하였다고 해명하였다. 이러한 해명은 곧바로 구형 모델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낮춰서 신규 모델 구매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제기로 이어졌다(사용하던 핸드폰의 성능이 느려졌다고 같은 회사의 신제품을 반드시 구매하리는 것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애플이 가진 브랜드 충성도를 생각한다면 전혀 터무니 없다는 주장으로 볼 것만도 아니다). 그 의도야 어찌되었든 사용자에게 충분히 알리거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애초 제공한 제품의 성능을 임의로 떨어뜨린 것이 적절한가라는 점이 지적되었고, 이를 기화로 미국에서는 대규모 집단 소송이 제기되어 소비자들에게 총 5억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지난 11월 18일에는 미국내 35개주 검찰의 조사에 따라서 총 1억 1300만달러의 합의금을 각 주에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아이폰 이용자 중 약 6만 3000여명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소송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고, 사기 등 혐의로 고소된 형사사건도 있는데 과거 검찰에 의해 한 차례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으나 지난 7월 재기수사 명령 이후 다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기업은 소비자에게 그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하여 필요한 사실을 공개하여야 하고 진실을 숨긴 것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이는 너무 복잡해져서 일반 소비자가 제품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와 같은 제품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요구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의혹 사건'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감추려고 했을 때 생기는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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