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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웃음거리가 된 즉일선고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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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창업자의 3세가 소위 '맷값 폭행' 사건으로 구속기소가 되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 1회 공판기일에 변론이 종결되고 같은 날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곧바로 석방된 적이 있었다. '봐주기 판결'을 하였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법원에서는 형사소송법상 즉일선고가 원칙이라고 강변하면서 재판기일마다 1~2건씩 즉일선고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하는 바람에 그 변명이 궁색하다며 또 다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형사소송법에 '판결선고는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하여야 한다'고 하여 즉일선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따로 선고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고 예외를 인정하고, 이 경우에도 '선고기일은 변론종결 후 14일 이내로 지정되어야 한다'(제318조의4)고 하지만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 사건 등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법연감에 의하면 2019년 1심 형사공판에서 처리인원 23만5887명 중에서 즉일선고는 1만1218명으로 그 비율이 5%도 안 된다. 원칙과 예외가 완전히 뒤바뀌었는데, 특별한 사정을 핑계로 선고기일이 14일 이내로 지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에는 '공판기일의 심리는 집중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심리에 2일 이상이 필요한 경우에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매일 계속 개정하여야 한다. 재판장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매일 계속 개정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회의 공판기일부터 14일 이내로 다음 공판기일을 지정하여야 한다'(제267조의2)고 하여 연일개정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 또한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도대체 '부득이한 사정'보다 더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이란 무엇인가. 형사소송규칙에도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석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결정을 하여야 한다'(제55조)고 하지만 사법연감에 의하면 2019년의 보석결정 평균처리기간이 지방법원은 17.5일, 고등법원은 28.5일, 대법원은 141일로 상급심으로 갈수록 위반정도가 심하며, 2018년과 비교하면 더욱 길어지고 있다. 물론 개정 전에는 예외없이 보석청구시부터 최장 10일 이내에 보석결정을 하도록 한 것과 비교할 때에 특별한 사정만 있다면 위반은 아니지만 구속피고인은 특별한 사정을 전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것이다.

 

공판중심주의나 신속한 재판을 위한다며 허울좋은 제도로 도입하긴 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훈시규정으로 보고 지키지 않으며, 지키려는 의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당사자의 법정기간은 대부분 효력규정으로 냉혹할 정도이다. 차라리 못 지키겠다고 솔직하게 현실에 맞도록 규정을 고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렇게 법정기간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았지만 요즘 펼쳐지는 재판의 내용까지 따진다면 정말 끝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법원이 먼저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높은 법대에 앉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위반을 꾸짖는 참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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