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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부정(否定)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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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경우 긍정적인 성향을 가질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예외적으로 법조계에서 만큼은 부정적인 성향을 가질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아무래도 변호사는 고객에게 법률적 위험을 말하는 직업이다 보니 부정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민하고 충실히 잡아내는 능력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여러 쟁점을 감지할 때 실력 있는 변호사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변호사를 두고 '브레이크'라고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가끔은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브레이크라는 역할의 틀을 깨고 싶다는 유혹을 간절히 느낀다. 이를테면 어떤 사업에 관하여 법적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규정의 모호함이나 아직 딱 들어맞는 판례가 나오지 않는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하여 실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는 때가 특히 그러하다. 특히 스타트업들의 경우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달고 앞으로 빠르게 달려나가는 존재들인데, 나는 변호사로서 이 분들이 사업을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전에 이런저런 위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니, 풀 죽은 고객의 모습을 보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이럴 때는 고객의 엑셀을 같이 밟아주는 변호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를 희망한다.

 

물론 브레이크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변호사는 객관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던가. 잘못된 길을 들어섰지만 추진력이 너무 강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단계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지금 멈춰야 한다는 한 마디가 소중할 수 있다. 변호사 특유의 부정의 힘이 발휘되어야 할 순간이다. 다만 잠시나마 실망할 고객을 위해 법적 위험에 대해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규제의 목적과 취지 및 규제에 따른 혜택을 통해 납득을 시키고 향후 더 나은 선택지를 갖출 수 있도록 가야할 길을 알려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지난주 한 스타트업 대표님이 눈빛을 반짝이며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설명을 하고 갔는데 규제가 걸리는 사안인지라 본의 아니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최선의 해답을 드려 차선이 아닌 더 나은 대안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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