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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생활 속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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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모임에서 최근의 어수선한 세태가 화제로 올라 필자에게 "그냥 법대로 하면 되지요"라고 우스갯소리를 건넨 사람이 있었다. 이처럼 일반 국민들은 법치주의를 늘 일상에서 발견하고 구현하고자 한다.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려면 반드시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거나, 법 우선의 원칙에 입각하여 국가활동을 형성, 조절함으로써 자유·평등·정의를 실현시키려는 것이 법치주의임을 국민들은 깊이 이해할 여유가 없고 관심도 크지 않다.

 

법치주의에서 입법과정이 가지는 중요성이 매우 크지만 국민들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에 대하여 법 집행행위인 행정과 재판을 행하는 사법은 국민들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국민들은 난해한 법이론보다는 법적 안정성을 기초로 한 공정·평등·정의에 관심이 많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만나는 법치주의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공동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을 위반하지 않는 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법이 정한 대로 따르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법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도 이런 사고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법치주의에서 법적 안정성은 매우 중요한 이념이다. 일상에 있어서 법은 경험적이고 합의된 가치를 기초로 일관되게 작동되어야 국민들이 편하다. 권력에 의하거나 일반에 수용될 수 없는 가치가 개입되거나 들쭉날쭉하면 그 순간 국민들은 불편해하기 시작한다.

 

최근 동일한 제도를 입맛에 따라 때로는 개혁의 상징으로 때로는 적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법과 정의에 대하여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이런 현상이 사회 여러 분야에서 보인다. 부동산 관련 법에서 보통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투기꾼으로 내몰면서 법치의 이름으로 생활 속에 다가오는 새로운 요구로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그 한 예다.

 

18세기 중엽 칸트를 중심으로 전개된 이성주의 철학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법치주의가 특정 국가운영 주체나 단체의 이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법 집행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훼손되면 오늘의 법에 따라 생활하면서 내일의 법을 살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

 

법치주의의 진정한 신봉자는 국민이다. 대부분이 생활관계를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설정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법치나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거나 뽐내는 일을 보지 못했다.

 

세기적 바이러스 감염병 위기를 겪으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통제와 예고되는 위험으로 사회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법치주의의 보루로서 사법은 법적 안정성을 굳건히 하여 예측 가능한 법률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법치주의가 생활 속에 녹아들 것이며 이것이 진정한 법치주의이다.

 

 

서정우 법무사 (대한법무사협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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