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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구속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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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휴일이었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어린 아들과 이불 속에서 한참을 뒹굴고 놀았습니다. 주말에만 보는 아내도 함께 있었습니다.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온 가족이 집 근처 공원으로 나섰습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꽃은 지천에 만발했습니다. 날씨와 꽃을 만끽하며 놀았습니다. 모처럼 여유롭고 게으른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출근해서 사람을 감옥에 가뒀습니다. 그날은 처음 구속영장 당직을 했던 날입니다.

 

언제나 첫경험은 아찔한 법이지요. 오전 내 가족과 함께 날씨와 꽃을 즐기다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사람의 죄를 묻고 구속하는 것은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이고, 그사이 숱하게 사람을 구속했지만, 처음 그날의 기억은 여전합니다. 이제는 제법 무디게 일하지만 마음속 구석진 한편까지 모두 편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원하는 것 다 해 주는 것은 내 구실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굳건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인가 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국민참여재판을 해보면 배심원들의 양형은 판사로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대게는 약했습니다. 배심원들은 피고인의 유리한 정상을 하나라도 더 찾고 거기에 무게를 두고 해석했습니다. 인터넷 댓글에서 볼 수 있는 엄벌우선주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판사가 제 마음껏 재판하고 형을 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겨우 10년 생활이지만 한 번도 내게 주어진 것을 권한으로 여긴 적은 없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무겁디 무거운 짐입니다. 매 순간 내 생각을 의심하고 몇 번이고 고쳐 생각합니다. 문장이 짧아 그 숱한 생각들을 다 판결문에 옮기지 못합니다. 정작 '당사자가 내가 내린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고 염려스럽습니다. 그래도 하릴없이 고민하고 고민할 뿐입니다. 그게 내가 판사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김태균 판사 (수원지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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