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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입법' 테러방지법이라도 제정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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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과 예방이라면 뭘 해도 정당화되나.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아무 법이나 발의해도 될까. 세계 최장기록인 192시간의 필리버스터로 저항했던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 소환되어 재활용될 참이다. '고의로 감염병에 대한 검사와 치료 등을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방지법의 테러로 보자는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그것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다. 폐기해도 모자랄 판에 악법의 확대재생산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선배 의원들과 시민사회가 인권침해와 권력남용의 위험성 때문에 악법으로 낙인찍은 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테러방지법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촛불 시민을 폄훼하는 작태이자 피눈물 쏟은 선배 의원들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다. 테러 위험인물에 대해 무제한의 감시와 사찰, 정보 수집을 가능하게 한 테러방지법의 내용조차 보지 않은 무식함이다. 테러방지법을 국민사찰법, 국민감시법, 국정원강화법이라며 반대했던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4년 만의 자기부정이다.

 

강한 전파력을 가진 감염병은 빠른 검사와 치료를 통해 신속히 확산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염병이 전파될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감염병 검사·치료 등을 거부하는 이들을 생화학 테러 집단으로 볼 것은 아니다. 그들을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거나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폭발물, 핵물질 등을 이용하여 위해를 가하는 테러와 견줄 수도 없다. 아무리 사회 경제적 피해가 커졌다고 해도 그 행위를 반사회적 테러로 보는 것은 반인권적이다. 테러의 수단으로 세균과 바이러스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행위라면 모를까. 모기 잡으려 칼 뽑아 든 격이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보건당국 역학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누락할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이 규정도 모자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 이 개정안조차도 과잉형벌화다.

 

집권 여당의 무개념 입법 활동은 또 있다. 당명을 무색하게 하는 반민주적 법안들이자 다수의 횡포로 오해될 수 있는 법안들이다. 국가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재난 복구가 필요할 경우 원칙적으로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법원 판단을 통해 허용하자는 법안이나, 재난 예방을 위해 긴급하다고 판단되면 강제 대피나 퇴거를 명할 수 있으며, 집회 참석자 등에 대한 개인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자는 법안이 그렇다. 무리수는 또 있다. 다수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직선거 후보자를 뽑는 당내 경선을 공직선거법에서 빼자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러도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았을 때 당선 무효가 되는 공직선거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당내 경선은 본선보다 더 민주적이고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불법과 탈법, 반칙이 스며들 수 있게 하는 반민주적 개정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이다. 가히 입법 테러다. 다수당의 입법 횡포다. 헌법합치적 입법이 국회의 할 일이지, 통과되자마자 곧장 헌법재판소의 심판정에 오를 법률이어서는 안 된다. 무리한 입법을 막는 '입법'테러방지법이라도 제정해야 할 판이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