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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著)

적절한 '포장'없는 '조언'은 오히려 새로운 갈등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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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만 있었어도 이렇게 오지는 않았을 거에요.” 갈등관계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이런 패턴도 자주 등장한다. “미안해” “...” “미안하다고 했잖아”. 저자는, 쌍방과실이 아닌 한쪽 과실이 조금이라도 더 큰 경우 간혹 사과를 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도권을 갖는 착각을 한다고 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말. 사과를 받는 쪽에서 필요한 겸연쩍은 시간이 있다는 것,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 사과를 받는 태도에 점수를 매길 권한은 없다는 것,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다시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시간, 이 시간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진짜 “사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축하와 위로에도 때가 있듯이 화해 또한 마찬가지이다. 소중할수록, 가까울수록 갈등이 생길 확률은 높으며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교감 뿐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에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아주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곧 화해이다.


조언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조언을 선물에 비유한다. 받는 이를 오랫동안 세심히 지켜봐 온, 주는 자가 정성스레 포장하여 줄 때 비로소 물건은 단지 ‘물건’이 아닌, 주는 이의 마음이 담긴 선물로 탄생하고 받는 이에게 만족스런 선물이 되듯이, 조언 역시 진심의 선의라고 하더라도 정성을 들여 잘 ‘포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듣는 이의 성향과 아픈 곳을 헤아려 가장 고운 말이 되어 나올 때 ‘조언’이지, 뱉어야 시원한 말은 이미 조언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 이러한 적절한 ‘포장’ 없는 ‘조언’은 상황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낳기도 한다.

사람들 간 갈등관계의 한 가운데에서 말 또는 글로 벌어먹고 사는 대표적인 직업이 법률가이다. 그 상대방이 누구이건, 글은 어떻게 쓰고 말은 어떻게 해야 오해나 갈등을 피하면서도 의미와 내 의사를 명확히 전달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때 무엇보다 상대방의 언어에서 그 의사와 감정을 정확하게 꿰뚫은 다음 적절한 언어로 내 의사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이는 이미 성공한 작업이다. 배우가 배역에 지나치게 빠지면 힘들듯이, 각기 다른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건 그만큼 본인의 감정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피곤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뛰어난 장점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개인적으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김이나 작사가도 주로 작사가로서보다는 방송인으로서 보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왜 저자가 대중적인 작사가로 자리매김하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상에서 우리가 무감각하게 사용하는 “보통의 언어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감정을 써 내려가면서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고나 할까.


이주헌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율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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