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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발언대] 판결 유감

- 대법원 제1부 2020. 9. 3. 선고 2020다237377 판결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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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문제의 제기 

법은 정의의 상징으로서 공정하고 정의롭게 다루어야 한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분쟁은 법의 잣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면 평화롭게 해결지을 수 있다. 이에 법을 다루는 법관은 법률이 정한 자격을 갖추어(헌법 제101조 제3항) 그 권위를 부여받고 있다.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헌법 제103조). 그 재판은 대법원,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으로 나뉘어 3심제이다. 이것은 당사자의 분쟁을 3단계의 재판을 통해서 공정하게 다루어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자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관이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심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판결은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인간의 이성에 어긋나는 악법은 법이라 할 수 없고 그 악법을 강제로 밀어붙이면 저항이 일고 사회적 혼돈을 자아내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그러면 잘못 내려진 법원의 판결은 과연 당사자를 기속할 수 있는가? 재판의 결과에 대하여는 승복할 수 밖에 없으나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에 대하여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법관이 자신의 권위를 믿고 기획재판을 하였거나 적당히 손쉽게 사건을 처리하여 오류를 범하였다면 이를 탄핵하고 잘못된 판결로 손해를 본 당사자는 그 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대법원은 이를 신중히 검토하기를 바란다.


Ⅱ. 사건개요
1.
문제의 건물은 주택, 상가와 체력장, 목욕탕 등을 갖춘 근린시설로 구성된 복합건물이다. 2006년에 시행사는 노인복지시설로 허가를 받아 입주자로부터 건물관리비와 노인복지시설의 운영비를 매월 징수하였다. 운영비는 인적 부과대상임에도 주택의 면적에 따라 2.5배를 차등부과하여 분쟁이 이어왔고 운영자의 부정과 비리가 밝혀져 입주자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시행사를 몰아냈다. 


2. 2017년 5월 10일자로 노인복지사업은 폐지되었음에도 피고 조합은 시행사가 징수하던 관리운영비를 그대로 징수하다가 2018년 2월 24일 조합원총회에서 소집통지에 공시하지도 않은 관리운영비의 9% 인상안을 제안하여 A씨 등이 반대의견을 개진하였으나 토의 절차도 밟지 않고 B 이사가 찬성하면 박수를 치자고 하여 10여명이 박수를 치고 결의가 성립된 것으로 밀어붙였다. 이에 원고 A씨는 조합원총회결의무효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서울남부지법 2019. 4. 12. 선고 2918가합108187 판결은 이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3.
이에 피고 조합이 항소하고 2019년 5월 17일 "2018년 2월 24일자 정기총회관리규약변경에 대한 추인(관리·운영비 등 9% 인상)을 안건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그 총회에서 추인을 받았으므로 9% 인상 결의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합의 추인총회도 C 이사장의 위압적이고 비이성적인 회의 진행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못하고 일부 조합원의 반대의견을 억제하였음은 물론 D씨가 정식으로 투표를 하자고 제안한 것을 묵살하고 거수표결한 것도 중대한 회의절차상의 하자로서 추인결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4.
이에 원고 A씨는 피고조합은 그 건물의 관리나 노인복지시설의 운영주체가 될 수 없는 무권한자이고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고(민법 제139조) 그 추인하는 총회 자체도 이에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의 주장을 강압적으로 차단하고 적법한 표결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당연 무효"라고 항변하였다. 


5.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법 2020. 5. 29. 선고 2019나2021796판결은 "피고의 이 사건 결의(관리·운영비의 9% 인상안) 및 추인결의는 피고가 협동조합기본법상의 협동조합으로서 정관에 정해진 바에 따라 조합원들이 부담할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에 불과할 뿐이고 노인복지법, 집합건물관리법,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법령상의 관리주체로서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소를 각하하였다. 이는 참으로 황당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6.
이에 원고 A씨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 제1부 판결(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그 황당한 판결을 확정지었다.


Ⅲ. 대법원 제1부에 대한 공개질의

나는 이 사건 서울고법 판결이 너무 황당하여 판례평석을 작성하여 법률신문(2020년 6월 15일자 13면 참고)에 게재했다. 이 판결이 난 후 원고는 '소도 웃기는 판결'이라고 개탄하고 일부 입주자들은 어떻게 이런 이상한 판결이 있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일생을 법학교수로 산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대법원은 법률심으로서 상고한 사건에서 그 하급심 판결이 법리나 채증법칙을 위반했느냐를 살피고 구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하급심에 맡기고 있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사건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보았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중략)…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각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1.
먼저 이 사건 주심인 김선수 대법관에게 묻는다. 과연 이 사건 기록과 하급심판결과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 보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기각사유라고 판단했는지 밝혀 주시기 바란다. 왜냐하면 나는 법관이 그 기록을 제대로 살폈으면 그런 결론이 도출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잘못인지 스스로 반성의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2.
이 사건 서울고법 판결이 조합원총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밝히지도 않고 정관에 의한 조합원의 운영관리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한 것이라는 법리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조합원의 운영관리비는 그 건물의 관리운영비와 어떻게 다른가? 노인복지법, 집합건물관리법 등을 무시하고 일부 입주자들로 구성된 조합이 불공정한 운영비의 책정기준을 결의해도 법적으로 타당하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뒷받침하는 것이냐를 밝혀 주기 바란다. 

 
3.
이 사건 서울고법 판결이 소를 각하한 것이 원고 A씨가 조합원으로서 소를 제기할 당사자 자격이 없다는 것인지, 왜 조합원은 부당하고 위법적인 조합의 처분에 대하여 소를 제기할 수 없는지를 밝혀 고등법원의 소각하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는 논거를 제시하는 것은 대법원의 임무가 아닌지 밝혀 주기 바란다.


이 밖에도 논의할 것이 많으나 생략한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패거리를 지어 억지를 부리고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잘못된 관념을 심어준 부끄러운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이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질의를 제기하고 이것이 사회적 공론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양승규 명예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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