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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정평가사에 행정심판대리 허용하려는 정부 방침 재고돼야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감정평가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시장조성을 위한 '감정평가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감정평가사도 감정평가와 관련된 행정심판청구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리츠자산가치 재감정, 원가계산 등의 업무 외에 '감정평가 관련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청구 대리를 신규업무의 하나로 적시하고 이에 대한 수행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를 반영한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 개정안을 올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복안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이 개선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관련부처와의 충분한 의견 교환이나 법률 검토를 거쳤는지 의문이 든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감정평가사가 행정심판청구를 대리하는 감정평가 관련 처분에 부동산가격공시, 보상가액결정 및 재결 등에 대한 행정심판청구, 이의신청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변호사법이 규정한 변호사의 직무인 소송에 관한 행위,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 및 일반 법률사무의 수행과 직접적인 충돌을 일으킨다.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회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절차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공시지가와 손실보상금의 결정에 관한 감정평가 업무는 감정평가사 사무소와 감정평가법인들이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평가 등이 잘못 되었다는 취지의 행정심판 청구 대리 업무를 다시 감정평가사에게 맡기는 것 자체가 모순된다. 마치 선수와 심판이 같아지는 셈인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합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행정심판 청구대리는 법률사무로 변호사의 고유 업무영역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행정심판절차는 형식상 행정작용이지만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실질적 사법절차라는 점에서 이러한 청구대리도 성격상 변호사가 취급하여야 타당하기 때문이다.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변호사들은 변리사의 특허관련 소송의 대리권 허용, 세무사업무의 부당한 제약 등 일련의 사태로 직역 침해에 대한 트라우마(TRAUMA)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는 사실이다. 이미 유사법조직역이 강력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감정평가사의 행정심판청구대리의 길을 열어두면 또 다른 유사법조직역을 창출하여 로스쿨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만에 하나 감정평가인의 행정심판청구대리의 길을 열어두면 향후 이를 발판 삼아 관련 소송사건에까지 소송대리를 허용하여 달라는 요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국토교통부는 감정평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법조계 및 유관기관으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듣고 숙고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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