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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가슴으로 빚어낸 팬심(fan心)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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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주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사는 거야."

 

투자업계에 종사하는 모 지인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상장 관련 뉴스를 같이 보다 한 말이다. 한바탕 웃고 나니 문득 "머리보다 가슴"이라는 그의 표현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한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성공한 덕후, 이른바 '성덕'이었다. 오랜 기간 그룹으로 활동하는 가수의 팬이었고, 첫 직장은 그 가수의 기획사의 법률대리를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어 일하면서 느낀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는 밖에서 상상하던 것과는 달랐다. 본질이 인간의 유희를 위한 산업인 만큼 결과물을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한없이 행복하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만드는 창작 과정에 동참하는 변호사로서는 때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채권 관계는 '하는 급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것도 채무자 개인의 일신전속적 성격을 갖는 부대체적 작위의무로 특정 아티스트가 그 업무를 할 때 빛을 발한다. 그래서 때로는 아무리 계약서를 잘 쓰더라도, 어느 한 쪽이 채무불이행을 각오하고 이행을 거부하면 마땅한 묘수를 찾아내기가 어려워진다. 이럴 때 변호사는 그저 정성을 다해 득과 실을 따지는 이성적 대안뿐만 아니라 감정에 호소하여 마음을 돌리는 전략까지 고려하게 된다.

 

더구나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이 수익으로 직결되는 산업이다 보니, 함께하는 변호사 역시 말 한마디, 글 한글자가 그 누구의 마음도 다치지 않게 살얼음 위를 걷는 듯이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다. 특히 분쟁 과정에서 오고 가는 글들은 언제나 언론보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진다. 이럴 때 나의 머리 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자기검열을 거치며 변호사로서의 이성회로와 동시에 감성회로도 바쁘게 돌아간다.

 

그래서인가, 창작자와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지적재산권 변호사의 입장에서 "머리보다 가슴"을 이야기하는 지인의 말이 그냥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언제든 성덕이 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팬심(fan心) 한 숟가락을 더해 감칠맛을 내보자.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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