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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거짓말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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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하다 보면, 완전히 반대의 사실을 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모두 한없이 진실되어 당혹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의 표정이 거짓을 말하는 것이라 해도 믿기 어려워, 자연스러운 거짓말의 비결이 무엇인지 궁리해본다. 거짓말이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지나친 수많은 말들이 있었겠지만, 다른 증거로 인해 나중에 거짓임이 판명되어 미수에 그친 거짓말들이 있다. 그 거짓말의 순간들을 되짚어보며 이런 기술이 사용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먼저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중요한 한 두 가지만을 바꾸는 방법이다. 예컨대 자기 전 막내에게 "양치했니?"라고 물어보면, 막내는 자신 있게 "구석구석 깨끗이 했지!"하고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린다. 하지만 구석구석 깨끗이 한 양치는 아침의 일이고(물론 '구석구석 깨끗이'도 주관적 확신일 뿐이다), 저녁에는 한 일이 없다. 거짓인 부분은 자연스럽게 생략하고, 실제로 있었던 일에 집중해서 이야기하니 이야기에 실감이 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에서 배경지식 없이는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이다. 돌이켜 보면, 이런 유형의 거짓말을 구분하려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었던 일인지, 그 중 어느 것이라도 빠지거나 꼬여 있는지를 순간순간 짚어보았어야 했다.

 

또 하나는 스스로를 속이는 방법이다. 뻔히 있었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사실을 의심한다. '설마 그랬을 리가 있나'가 '그럴 리가 없는데'를 거쳐 '그런 일이 없다'로 둔갑한다. 기억의 원형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그만큼 죄책감이나 불편함이 안도감과 확신으로 바뀐다. 이 작업이 성공하면 억울함까지 장착하게 되어, 이야기를 따지고 들면 분노나 울분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왜?'를 떠올리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 사실관계를 바꾸고 나면 인과관계가 엉키고, 새로운 원인과 결과를 잇는 고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예요"와 같이 검증할 수 없는 요소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아마 초급 기술이라고 하겠다. 직업을 바꾸지 않는 한 거짓말을 계속 접할 터이니 고급 기술도 알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노하우를 갖지 못하더라도, 내가 맡은 사건에서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 오판할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황성욱 판사 (상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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