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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본법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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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본법안은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행정의 원칙과 기본사항을 규정하여 행정의 민주성과 적법성을 확보하고 적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국민의 권익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행정기본법안이 정하고 있는 '기본사항'이 과연 현재의 우리나라의 행정현실에 맞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실망을 할 수밖에 없다. 기본사항은 제2조에서 제5조까지 정하고 있다. 그 문제점들을 검토하기로 한다.

 


I.
우선 제2조(정의) 1호는 "'법령등'이란 다음 각 목의 것을 말한다"고 하면서 가. 법령에는 '법률 및 대통령령·총리령·부령',나. 자치법규에는 '조례 및 규칙'을 나열하고 있는데 법규성이 인정되는 훈령·예규 등의 하위 명령들이 누락되어 있고 독립위원회의 규칙과 헌법재판소, 대법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같은 헌법기관들의 규칙들이 누락되어 있다. 

 

 

II. 제2조 2호 가.목은 '행정청'으로 '행정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여 표시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이 행정청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여기서 기관은 법인격이 있는 자연인, 법인, 또는 법인격 없는 기관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이므로 그냥 '기관'이라고 하기 보다는 기관 또는 기관의 법인, 자연인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III.
제2조 2호 나.목은 "그 밖에 법령등에 따라 행정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여 표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그 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받은 공공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사인(私人)"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단체 중 행정적 업무에 주로 종사하는 공공단체는 설립 법령에 의하여 행정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여 표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공단체(행정적 영조물법인)들은 특별히 행정에 관한 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받은 공공단체 또는 그 기관'이라고 하게 되면 공공단체에 대하여 특별한 위임 또는 위탁 규정이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공공단체가 행정청이 되기도 하고 행정청이 안되기도 하는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상공업적 공공단체(상공업적 영조물법인)은 설립법령이 아니라 특별한 위임 또는 위탁 규정에 의하여 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 받은 경우에 한하여 행정청이 된다. 그러므로 제2조 2호 나.목은 "그 밖에 법령등에 따라 행정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여 표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공단체이거나 그 권한을 위임 또는 위탁받은 공공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사인(私人)"이라고 정정하여야 한다.

 

 

IV. 제2조 4호는 처분에 대한 여태까지의 행정소송법, 행정심판법, 행정절차법 규정을 답습하여 "'처분'이란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행하는 법 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분에 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행정결정은 물론 일반적인 명령이라 하더라도 그 효과가 직접적이고 범위가 획정될 수 있는 정도로 구체적인 것은 '처분성이 있다'고 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라는 표현은 일반적인 명령과 개별적인 행정행위를 판별하는 아무런 기준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행하는 법 집행으로서'라는 표현보다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 집행으로서'라고 표현하여 "'처분'이란 행정청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 집행으로서 행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명령과 행정행위를 둘러싼 그동안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V. 법안 제4조(적극행정의 추진)는 적극행정의 추진이라는 제목하에 "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속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하고, 이와 관련된 시책 및 조치를 추진하여야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공무원의 직무 수행 및 적극행정 활성화를 위한 시책의 구체적인 사항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적극행정의 추진'이라는 것이 행정기본법의 '제1절 목적 및 정의 등'에 포함될 성질의 것인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이미 공무원법에 '공무원의 성실 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 행정기본법에 총강 규정으로 '적극행정의 추진'이 선언되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적극행정'이라는 것은 행정의 기본원칙이라기 보다는 현 정부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에 가까운 정책적 구호이므로 행정기본법 총강에 포함되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있다. 오히려 이것이 포함됨으로써 국가배상의 문제 등 다른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재고를 요한다.

 

 

이광윤 명예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