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네트워크 로펌'의 미래

164308.jpg

"변호사님은 지금 안 계시구요. 저한테 말씀하시면 다 돼요."

 

50년간 꼬박꼬박 세금을 내며 관리해왔던 선산이 미등기 토지였다는 사실은 안 것은 갑작스레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가버렸을 때였다. 한국전쟁 당시 등기가 소실됐는데, 전후 토지대장에만 등록하고, 등기 복구를 해놓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지인 소개로 부장판사 출신이 운영한다는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하지만 변호사는 만나지 못했고, 자신을 사무장이라고 밝힌 남성과 이야기를 나눈 뒤 사건을 맡겼다. 몇 년에 걸친 송사였지만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님'을 본 적이 없다. 사무장에게 "변호사와 상담하고 싶다"고 말하면 "워낙 바쁜 분이라…"며 말문을 흐렸다. 소송은 졌다.

 

기자가 10여년 전 겪은 일이다.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법률서비스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최근 변호사업계 이슈가 되고 있는 '네트워크 로펌'을 취재하면서 옛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한 네트워크 로펌의 지방 분사무소를 찾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직 새내기 티가 남은 젊은 변호사가 내방객을 일일히 상담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변호사는 '얼굴보기 힘든 높으신 분'이 아니었다. 수임료를 내면, 직접 고민을 들어주고, 최선을 다해 사건 해결에 앞장서는 전문가였다. 이 로펌은 어느 지역에서든 '변호사에 의한 직접 상담'과 '형사(사건)동행 서비스 제공' 원칙을 지킨다고 했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당장 눈앞이 캄캄한 당사자에게 아직도 일부 변호사 사무실은 문턱이 높다. 사무장 로펌 등 법률서비스 시장을 교란하는 암적 요소들도 도사리고 있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네트워크 로펌이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를 되새겨봐야 할 이유다.

 

네트워크 로펌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광고발'에 불과하다며 반짝하고 사라질 존재로 치부하거나, '직영' 거버넌스 유지와 공격적 마케팅 전략 고수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선택은 수요자인 국민이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혁신적인 모델로 각광받을지, 아니면 찻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지 주목된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