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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좋은 질문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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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초에 선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이게 맞냐?"는 질문이었다. 사실관계를 다 파악했는지에 대한 확인과 법률 검토를 제대로 거쳤는지에 대한 물음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이 말을 들으면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곤 했다. 그리고 선배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이어지는 또 다른 질문에 대답을 반복하는 사이 혼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오류나 논리적 허점이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에게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The Paper Chase'라는 영화의 킹스필드 교수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학생들을 궁지로 몰아간다. 이러한 교수법은 일명 소크라틱 메소드(Socratic method) 혹은 문답법을 활용한 교수법이라 불리는데,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오류나 한계를 문답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이게 맞냐?"는 질문을 한 선배님들은 나에게 킹스필드 교수님이나 다름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질문의 효용성을 알게 된 탓인지, 요즘에는 업무를 할 때면 선배들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가상의 질문을 만들 때가 있다. 특히 검토의 방향을 잡지 못하거나 도출된 결론이 어색하고 의심스러울 때면 더욱 자주 선배들을 소환한다. 그리고 가상의 문답을 주고 받다보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 법률적 검토의 어느 부분이 부족하고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인지 알게 될 때가 있었고, 그럴 때면 목소리를 빌려준 선배들에게 내심 감사함을 느낀다.

 

이처럼 문답법은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드러내게 하는 기법이기 때문에 질문을 거듭 하다보면 자칫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즉, 조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선배의 목소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선배들로부터는 많은 도움을 받아왔지만, 정작 내가 후배들에게 목소리를 빌려주는 선배가 되기란 녹록지 않을 것 같다.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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