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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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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더니 이제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불멍' 화로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불멍이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설명 드리면 불, 정확히는 불이 타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멍 때리다'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우리말샘이라는 사이트에 따르면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라는 의미다. 결국 타는 장작을 바라보며 무념무상에 잠기는 것이 바로 불멍인 것이다.

 

오롯이 본인이 가진 고민만으로도 머리 속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사람인데, 여러 의뢰인의 문제에 대하여 의뢰인들과 함께 고민을 하고, 의뢰인이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 드리는 것이 본래 변호사의 역할인지라 변호사의 머리 속에서 고민을 모두 덜어내는 것은 변호사를 그만두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불멍이 가장 필요한 직업들을 꼽아보면 변호사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호사의 머리 속 고민들을 전부 지워버릴 수는 없겠지만 머리 속 생각을 잠시 멈춤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변호사는 일과 시간 중에는 물론 일과 후에도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기가 도무지 쉽지 않은 직업이라 다소 강제적으로 불멍 화로와 같은 도구를 사용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도 이 '멍 때리는' 소중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는데, 그 이유는 멍 때리는 동안 본인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명확히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멍 때리는 순간 떠오른 그 어떤 것이 결국 미뤄 두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도 딸 아이가 수영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떠올라서 쓴 것이기도 하다. 달리 생각하면 '불멍'도 업무의 연장이 되어버리는 현실이 다소 서글프다는 생각도 든다.

 

 

이용민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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