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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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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인사가 났거든요. 찾아보니 안녕을 고하는 인사와 관리나 직원의 해임, 임용 등과 관련된 일인 인사는 같은 한자를 쓰더군요. '人事', 둘 다 사람의 일이라는 뜻인가 봅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도, 그 사이에서 안녕을 고하는 일도 마땅히 사람의 일이라 해야겠네요.

 

검사가 된 이래로 매년 인사를 맞이하고 목격했습니다. 알고 보니 검사는 늘 떠나거나 떠나보내는 자리였습니다. 인사를 들어 어떤 이는 '조직을 입맛대로 장악하려는 길들이기'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조직내 자신의 위치에 대한 적나라한 통지서'라고 합니다. 검사의 인사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어리석은 저는 답을 대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그것은 본디 여러 사람을 각각의 쓰임이 있는 자리에 적절히 배치하여 그 일을 수행하도록 하는 사람의 일일 뿐인 것이 아닌가요. 사람과 범죄가 있는 마을은 골골마다 있고 그 자리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 우리는 흐르면서 제 자리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그 자리 중에서도 빛나고 어두운 자리가 따로 있어, 사람들의 욕망과 기대가 한 곳에 고이는 것이 당연하고, 그 곳에 도달한 자와 도달하지 못한 자로 성적표가 나뉘는 것, 또한 그 도달의 욕망을 이용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의지들이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인사인 것은 어쩐지 마땅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인사를 받아 처음 이 곳에 와서 하늘아래 우뚝 서 있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낯선 곳에 마련된 작은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 일하기를 반복하는 나날이었지만, 어쩌다 해 뜨는 이른 시각에 출근하는 날이면 당신의 머리 위부터 비추던 햇살이 그 아래 낮게 형성된 사람의 마을에까지 천천히 드리우는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날에는 낯선 이 마을의 평화에 나의 고단한 노동이 조금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이제 또 한 번 사람의 일에 따라 다른 마을로 떠나면서, 언제나 눈을 돌리면 사무실 창 너머로 우뚝하던 당신, 도봉산께 안녕을 전합니다. 떠나고 머무느라 들썩인 자리마다 잠잠한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정명원 부부장검사 (대구지검)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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