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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예찬(藝術禮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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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활동한 예술가 고든 마타클락(Gordon Matta-Clark; 1943. 6. 22. - 1978. 8. 27.)은 하나의 완전한 건물을 반으로 자르는 대담한 작품, 'Splitting(1974)'을 남겼다. 지금은 철거된 이 작품을 사진으로 처음 접했을 때 가운데를 가위로 오린 듯 양쪽으로 나뉘어 기울어진 건물의 쪼개진 틈 사이로 비치는 빛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 생경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는 그야말로 사회통념상 반으로 잘라져서는 안 되는 건축물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시원하게 자른 셈이다. 그는 이 큰 건물을 자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예술이 가진 상상력의 끝없음에 무한한 경외심을 느낀다.

 

변호사로 활동하며 예술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종종 큰 힘이 된다. 예술이 주는 끝없는 상상의 힘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더 좋은 추론으로 나를 이끌어 내기도 하고,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들의 혁신적 발상에서 사건을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힘과 용기를 얻는다. 예술이 가진 파격과 자유로움에서 얻는 깨달음은 더욱 값지다. 전위예술가들의 퍼포먼스와 관객과의 소통을 관찰하며 나를 내려놓고 의뢰인과 진실하게 소통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혜를 구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예술이 주는 가장 큰 힘은 힐링(healing)이다. 지적재산권 변호사로 활동하며 큐레이터 자격이 있다는 이유로 감사하게도 여러 번 문화예술 관련 사건을 다루었고, 소중한 인연들을 얻었다. 사건이 마무리될 때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정작 나야말로 사건 수행 과정에서 그분들의 작품과 삶을 통해 치유되고 위로를 받는 느낌을 받을 때가 훨씬 더 많았다.

 

오늘도 꼬일대로 꼬인 복잡한 사실관계의 자료들을 살펴보며, 시간은 하릴없이 흘러가는데 손은 느리고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책상 옆에 기대두었던 모 작가님의 도록[圖錄)을 펼쳐들고 오늘도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찾아보련다.

 

 

김정현 변호사 (창경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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