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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나의 주말] 정구성 변호사의 등산 ‘예찬’

설악산 절경 비선대 오색 단풍이 벌써 눈에 아른아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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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 수학여행으로 처음 가보고 마음을 빼앗긴 설악산 비선대의 전경

 

 긴 장마로 인해 짧았던 폭염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옵니다. 


집 밖을 좋아하는 저는 이맘때가 되면 가슴이 설렙니다. 산과 들에 나서면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온 몸을 감아오는 시원한 바람과, 더불어 깊은 가을에 찾아오는 단풍의 경치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대학시절 암벽도 탔지만 

이제는 걷는 게 좋아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라고 했던가요. 스스로 어진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산에 올라 능선을 걷고, 날카로운 나뭇잎의 경계를 스치는 오전 햇살을 바라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산골에서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산의 풍광이 익숙하기도 합니다만, 학생 시절 수학여행으로 처음 가 본 설악산 비선대의 전경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후 산 중에서도 특히 바위산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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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만개한 도봉산 초입 풍경
 

대학시절 산악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고, 선후배, 친구들과 자주 함께 산에 올랐습니다. 당시에는 등산뿐만 아니라 암벽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바위를 타는 것은 영 무서웠기 때문에 암벽타기보다는 그냥 걷는 것을 즐겼고, 종주에도 여러 번 참가했습니다. 십 년이 훨씬 넘은 지금도 온 산에 그림같이 펼쳐져 있던 늦가을 영남알프스의 억새 군락과, 자칫 떨어질 것 같이 아찔하던 설악산 천화대 능선이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병풍바위’로 둘러싼 

월출산 풍경도 눈에 선해

 

얼마 전 주말에 월출산을 다녀왔습니다. 산기슭부터 정상까지 누군가가 뾰족한 바위로 꼭꼭 다져놓은 듯한 절경을 우연히 보고 언젠가 꼭 가보리라 다짐했었는데 그 소원을 풀었습니다. 꼭 정상이 아니더라도 올라가는 길이 아찔하고, 둘러보면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산들이 눈을 찍고 들어옵니다. 한 눈에 보이지도 않아 정신없이 둘러보면서 올라가고 또 내려올 수 있는데, 자칫 떨어질 것 같아 쇠난간을 손으로 꼭 잡아야 합니다(월출산을 꼭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만 사진을 찍어 두지 않았습니다).

33.jpg산길은 길지 않지만 힘듭니다. 영암 평지에 우뚝 솟은 바위산에서 걸음을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각오를 다졌으나, 오르고 내리는 4시간의 길에 눈물이 살짝 맺힐 정도로 다리가 아팠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분께서 이런 말을 해주셨습니다. "부부간에 여기 오면 이혼 직전까지 가부러." 고관절도 아프고 어찌나 힘들던지 그 말이 우스운 와중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자연을 걷다 보면 즐거운 미래가 그려지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충전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들 산을 찾고, 집 밖에서 캠핑을 즐기고, 모닥불에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별을 헤면서 잠드는 것을 상상하는 것 같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걷다 보면 새 몸을 감고 있던 게으름과 소극적인 마음도 어느 새 사라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활동적인 상태로 변해서, 그 전에는 힘든 것처럼 느껴지던 것들도 어느덧 별일 아닌 것이 됩니다.

늦가을 영남알프스 억새 군락은

 한 폭의 그림

 

이번 가을에도 가능하다면 시간을 내어 설악산의 단풍을 구경하고 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가는 길에 속초나 고성에서 바다도 보고, 이름난 횟집도 찾아 볼 예정입니다.

등산이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속초로 갈 일이 있으신 분들은, 돌아오실 때 꼭 미시령 톨게이트를 거쳐 오시기 바랍니다. 톨게이트를 지나면 곧바로 왼쪽으로 울산바위의 웅장하고 위압스러운 모습이 등장합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 속상할 정도로 압도적이고 멋진 경관이라서, 저는 꼭 돌아올 때에는 이 길을 통해 오실 것을 추천합니다.


정구성 변호사 (법률사무소 제이씨앤파트너스)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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