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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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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공공장소에서는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에티켓의 본질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남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으로 직접 참여하는 경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태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당사자 사이에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특히 실체진실 발견과 신속한 권리구제라는 다소 상반되는 이념에 기초하여 각자 주장을 펴는 경우 중재가 쉽지 않다. 진행경과에 비추어 한 쪽이 상당히 유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상대방의 증거 신청에 대하여 불필요하고 소송지연책이라며 빨리 사건을 종결해 달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소송대리인을 만날 때면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충실한 심리가 1심 재판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므로 바로 변론을 종결할 수 없다고 설득하여 속행을 하지만 법정을 나가는 뒷모습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변호사단체와 간담회 때마다 나오는 건의사항 중 하나가 증거채택, 특히 증인 채택에 재판부가 너무 인색하다는 지적이었던 것을 기억하면 다소 당황스런 모습이다. 

 

영미법 국가와 달리 사전 심리절차(Pre-trial)와 심리절차(Trial)가 엄격히 분리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변론시간을 사전에 쌍방에게 고지하고 계획대로 변론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서로 상대방의 발언 시간과 내용을 존중하면서 변론을 하여야 원만한 진행이 가능하다. 간혹 일부 소송대리인은 장황하게 장시간 발언하거나 상대방의 발언 중간에 불쑥 끼어들어 서로 언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사실과 법리에 기초한 변론을 하면 충분한데도 상대방의 주장을 폄하하거나 비꼬는 태도로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법정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법정에티켓을 담은 공식화된 자료나 교육프로그램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와는 별도로 경험이 많은 선배 법조인이 신참 법조인에게 충분히 법정에티켓을 전수해 주어 서로 법정에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형표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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