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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A Few Good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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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법무부는 2020년 5월 형사미제사건이 4만 건에 육박하여 교도소 과밀화 등 문제가 발생하자 '형사사건의 신속처리를 위한 6개월 캠페인'에 착수하였고, 현재 이 계획이 성과를 내어 4개월 만에 약 8천 건이 '신속' 처리되었다고 한다. 위 계획 발표 당시 법무부 장관은 판사들에게 더 열심히 일할 것을 주문하면서 그 과정에서의 부정부패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처리 성과가 모두 기록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판사의 독립성은 보장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판사들에게 보석 처분과 집행유예 선고 등을 적극적으로 주문하였다. 

 

캄보디아는 세계 정의 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 WJP)가 발표하는 '법의 지배 지수(Rule of Law Index)' 상 조사대상 128개국 중 127위로서 베네수엘라 덕에 최하위를 면했다. 예를 들면 큰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현장에서 도망치는 것이 사실상 용인되는데, 성난 군중들에 의해 현장에서 폭행(Mob justice)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가 향후 법에 따라 제대로 처벌받으리라는 국민의 신뢰가 낮다는 사정을 알 수 있다. 

 

필자는 현지 UN 인권사무소의 의뢰에 따라 캄보디아 법관들에게 법관 윤리에 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법관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경제적 보상보다 독립성을 가진 자신의 일에 대한 존중과 자기 만족감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강의 후 한 고위 법관이 다가와서, 자신이 젊었을 때에는 판사 월급이 한국 돈으로 수만 원에 불과하여 생계를 위해 저녁에 툭툭(동남아시아에서 택시 역할을 하는 삼륜차)을 운전하였다면서 자존감 따위를 가질 여유는 없었다고 하였다. 실제로 ECCC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캄보디아의 고위 법관들이 집권당 전당대회 단상에 나와 앉아 있는 장면을 언론에서 보고 놀라기도 하였다. 

 

WJP의 '법의 지배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판단 요소(factor)를 보더라도, 캄보디아는 "사법부 공무원이 공직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가?" 부분이 세계 최하위, "정부가 독립된 사법부에 의해 통제를 받는가?" 부분이 128개국 중 125위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 지수가 사실왜곡이라는 입장이지만, 법무부가 나서 판사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일 정도로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에라리온에서 UN국제재판관을 지낸 법률가 로버트슨(Geoffrey Robertson)은 전 세계의 사법부 독립이 약한 갈대와 같은 상태라고 하면서, 정치적 고려에 의한 판사 임명과 그에 따른 판사의 친정부 성향 판결, 판사 퇴직 후 다른 고위 공직 보장, 포퓰리스트 정치인에 의한 탄핵절차 남용, 지나친 사법부 예산 통제 등을 위협 요인으로 예시하고, 그 대책으로서 독립성을 스스로 해치는 '나쁜' 판사들에 대한 비판의 활성화와 함께, 독립성을 침해하는 권력에 맞서 판사가 공개적으로 발언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허쉬만(Albert O. Hirschman)은, 쇠퇴하고 있는 조직에서, 구성원들은 이탈(exit)하거나, 남아서 개선 의견(voice)을 내는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하게 되는데, 다만 충성심(loyalty)이 있는 사람들은 떠날 수 있음에도 조직을 위해 의견을 낸다고 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충성심도 없고, 목소리를 내지도 않으며, 떠날 형편도 안 되는 구성원들만 남은 조직은 미래를 쉽게 장담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백강진 재판관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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