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실체 드러난 '사무장 로펌'

163956.jpg

"그 로펌이 어디인가요? 신상을 털어서 다시는 서초동에 발 못붙이게 하겠습니다." "5년 전에도 바글바글 했었는데, 지금은 취업난 때문에 더 많아졌을 겁니다." 

 

지난 31일자 본보 1면에 '사무장이 변호사 고용… 버젓이 로펌 경영'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후 많은 변호사들이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연락해왔다. 법원 판결을 통해 음지에 숨어있던 '사무장 로펌'의 실체가 드러나자 법조계가 들끓었다. 

 

가장 분노한 계층은 청년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불황으로 그늘진 법조시장의 자갈밭을 맨발로 통과하는 중이다. 과거 선배 법조인들이 누렸다던 '호사'는 옛말이 되어 버린 지 오래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내일을 걱정하며 처절하게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사무장 로펌은 이처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청년 변호사들의 심정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로펌(법률사무소)의 주인 행세를 하면서 취업을 미끼로 구성원 등기를 요구하고, 문제가 터지면 책임까지 떠넘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청년 변호사들의 길잡이가 돼야 할 '원로급' 선배 변호사가 사무장 로펌의 기생(奇生)에 관여했다는 점이다. 몇 푼의 돈을 받고 변호사법을 위반해 명의를 빌려준 것도 문제이지만, 별다른 양심의 가책 없이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딛은 후배 변호사들을 착취하는 시스템에 가담했다는 점이 더 큰 실망감과 분노를 자아냈다.

 

 

다행히 법원은 이 로펌 직원이 구성원 등기를 한 청년 변호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임금 및 퇴직금 부담 주체는 실제 경영자인 사무장(비변호사)"이라고 판단해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의사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의 임금·퇴직금 지급 주체는 병원 사무장이라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2018다263519)과 맥락이 같다.

 

법원 판결로 해당 청년 변호사가 더 큰 피해를 보는 일은 피하게 됐지만, 그는 변호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서울을 떠났다. 

 

변호사 공급과잉 시대를 맞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무장들의 불법 로펌경영을 막기 위해서는 법조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구악(舊惡)을 뿌리 뽑고, 청년 변호사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미국변호사